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치러진 첫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참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민주당 후보 교체론이 비등하고 있다. 고령 논란이 제기된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에서 말을 더듬거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인 탓에 인지력 논란이 증폭되면서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주요 언론인들도 ‘하차’를 주장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 측은 당 안팎의 후보 교체론을 일축했다.
◆오바마, 바이든 지지 “토론 안 풀릴 때도 있어”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대선 경합주 중 한 곳인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열린 실내 유세에서 “나는 내가 이 일(대통령직)을 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면 다시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정말 솔직히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TV토론에서 맥락에서 벗어난 말을 하고 지속적으로 말을 더듬은 것과 관련해 “내가 젊은 사람이 아님을 안다. 나는 과거만큼 편안하게 걷지 못하고 옛날만큼 술술 말하지 못한다”며 “그러나 나는 잘못된 일과 옳은 일을 구별할 줄 알고, 이 일(대통령직)을 어떻게 수행할지를 안다”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는 그 사람(트럼프)과 달리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같은 독재자들에게 맞설 것“이라며 목소리 높였고 청충들은 “4년 더”를 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전날 TV토론에서 사용했던 “유죄 받은 중죄인”, “길고양이 수준의 도덕성” 등을 재차 거론하며 “다른 어떤 것보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보존하고 보호하고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노타이에 셔츠 단추 2개를 풀고 연설 도중 잇달아 목소리를 높이며 고령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애썼다.
바이든 대선캠프 공보 담당인 마이클 타일러는 이날 뉴욕으로 이동하는 대통령 전용기 기내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81세이고 트럼프 전대통령은 78세이기 때문에 나이는 이번 선거에서 차별화가 안 된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 무대에서 최고의 밤을 보낸 것은 아니지만, 나쁜 비전을 가진 후보보다는 차라리 안 좋은 (토론의) 밤을 보내는 게 낫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 X(옛 트위터)에서 “토론이 잘 안 풀릴 때도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싸워온 사람과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간의 선택”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
◆“바이든 쇠약함 눈 감는 건 도박”
그러나 미 주요 언론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하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대표적 진보 매체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8일 사설에서 “유권자들이 ‘바이든은 4년 전 그가 아니다’라는 명백히 드러난 사실을 못 본 척 할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며 “미국인들이 바이든의 나이와 쇠약함을 두 눈으로 보고서도 눈감아주거나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길 희망하는 건 너무 큰 도박”이라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이 현재 공익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봉사는 재선 도전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며 “바이든이 대선 경쟁을 계속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를 대신해 11월 트럼프를 쓰러뜨릴 더 역량있는 누군가를 선택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바이든의 토론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며 “조 바이든은 좋은 사람이고 좋은 대통령이지만 재선에 나서선 안 된다”고 말했다. CNN 소속 정치평론가 반 존스도 ”이 당(민주당)은 앞으로 나가기 위한 다른 길을 찾을 시간이 있다”며 후보 교체론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이 대선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게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유거브’가 대선 TV토론 이후 미국 성인 26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민주당이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려면 누구를 후보로 지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9%가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을 선택했다. ‘조 바이든’을 택한 응답은 30%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