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9일 수도권에서 벌어진 인터넷 방송 BJ 살인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수강도로 징역 3년 6월, 특수 상간죄로 징역 3년 형을 사는 등 '전과 4범' 40대 A씨는 범죄 이력으로 취업이 힘들어지자 인터넷 방송, 특히 주식관련 방송이 붐을 이루는 것을 보고 2009년 중반 이쪽 업계에 몸을 담았다.
A씨는 대부업체로부터 1억 원을 대출받아 유지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경기도 의정부시 오피스텔을 빌리고 방송용 장비를 마련했다고 뉴스1이 전했다.
해외선물투자 고수 행세를 하면서 나름대로 관심을 받았지만 방송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변변치 않았다. 반면 임대료, 생활비, 가족 병원비 등으로 한달 1500만 원 이상 지출했다.
이때 A씨의 눈에 들어온 건 유난히 많은 별풍선을 받는 여성 BJ들이었고 그들 중 일부는 성인방송을 연상시키는 야한 콘텐츠로 무장한 사실. 그는 2020년 3월 방송 MC(진행자)를 구한다는 공고를 내 20대 B씨를 고용했다.
A씨는 자신이 써준 야한 대본으로 B씨가 주식 관련 방송을 진행하자 별풍선을 제법 받게 됐다. 이후 A씨의 대본은 야한 수위가 점점 높아졌고 의상은 점점 노출이 심해져 갔다.
그해 6월 중순 B씨는 '어깨를 드러내는 정도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해수욕장을 연상시키는 복장은 입을 수 없다'며 A씨의 요구를 뿌리쳤다.
이에 A씨는 "빚내서 먹여주고 입혀 줬는데 내 말을 거부해 약이 올랐다"(법정 진술)며 B씨로부터 돈을 우려내기로 결심했다.
A씨는 흉기와 로프 케이블 타이를 준비한 뒤 2020년 6월 29일,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출장 문제로 상의할 일이 있다"며 평소보다 이른 출근을 요구했다.
그날 낮 12시 30분쯤 B씨가 사무실로 나오자 흉기를 들이대고 위협, 로프와 케이블 타이를 이용해 B씨를 결박했다. 이어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돈을 보내라"고 겁박, 생명의 위험을 느낀 B씨가 어머니에게 1000만 원을 계좌 이체토록 만들었다.
A씨는 그날 밤 10시쯤 B씨에게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먹인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살해 이유에 대해 A씨는 법정에서 "중간에 풀어주면 신고할까 겁이 났다"고 진술했지만, 수사당국은 단지 그 이유만으로 살해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을까 의문을 품었으나 더 이상의 단서를 찾지 못했다.
B씨를 살해한 뒤 사무실 밖으로 나온 A씨는 세상을 등질 생각을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범행 3일 뒤인 7월 1일 경찰에 자수했다.
1심인 의정부지법 형사합의 13부(정다주 부장판사)는 2021년 2월 2일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어 범행 당시 정상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한 A씨의 말을 뿌리치고 "자수했으나 그 불법성과 비난 가능성의 중대함을 볼 때 피고인의 행위는 어떠한 사정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점, 처음부터 살해할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다"며 징역 35년 형을 선고했다.
이는 양형 권고기준인 징역 17년~22년 형의 거의 두배에 이르는 중형이다.
재판부는 아울러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지 부착과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도 아울러 내렸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승련·엄상필·심담)는 2021년 9일 7일 A씨에 대해 "형량이 무겁다"며 징역 30년형으로 5년 감형했다. 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20년에서 15년형으로 줄였다.
2심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가장 중한 범죄를 저질렀다"면서도 ▲사체를 은닉하지 않은 점 ▲자수에 이른 점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 한 점 ▲유족들에게 반성과 사죄의 뜻을 전한 점 ▲우울장애와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받은 점 ▲범행 당시에도 다량의 약을 먹은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낮췄다고 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도 2021년 10월 19일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2심 형량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