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월드컵 4강을 만든 조직력

지난 6월 22일은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꺾고 4강에 진출한 날이다. 20여 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그때의 감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너나 구분 없이 모두 한마음으로 기뻐서 소리치며 얼싸안았다. 성별, 나이, 교육, 직업, 지역에 무관하게 함께 거리응원을 펼치며 방방곡곡이 하나가 되었다. 자동차와 기차도 경적으로 동참했다.

4강은 기적이었다. 세계의 반응이기도 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전력과 우리가 꺾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팀을 비교하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축구 선수들의 시장가치를 평가하는 유력한 기준인 선수의 몸값을 비교하면 당연했다. 4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대전했던 이탈리아의 공격수 ‘크리스티안 비에리’는 1999년 ‘라치오’에서 ‘인터밀란’으로 옮기며 이적료 5000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예선 3차전에서 만났던 포르투갈의 공격수 ‘루이스 피구’는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팀으로 옮기며 5610만달러를 받으며 비에리의 이적료 기록을 깼다. 연봉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서 가장 높은 선수의 연봉 액수 3억원 정도는 이름을 알 만한 국제적인 스타들의 2주일분 액수보다 많지 않았다. 대표팀 선수들을 모두 합한 몸값도 국제적인 국제 스타들의 개인 몸값과 비교 불가능한 정도로 적었다.



그렇다면 4강에 진출한 기적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요인은 조직력(팀워크)이다. 대표팀 선수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별개로 작동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상호연결되어 하나의 팀으로서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1명 선수가 합하여 11명 능력이 아니라 ‘11명 이상의 힘’이 발동된 거다.

이 힘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설명하는 체계이론(system theory)의 ‘비합산성’(nonsummativity)은 4강에 진출한 쾌거를 잘 설명한다. ‘비합산성’은 ‘부분의 합이 전체의 합을 능가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합산성’은 1에서부터 10까지 숫자의 합을 55로 본다. 산술적 계산으로 정확한 계산이다. 그러나 ‘비합산성’은 단순히 55로 보지 않고 그 이상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열린 체계에서 관계의 연속으로 이어져 있는 각 부분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면 전체적으로 산술적 합을 능가하는 조절 능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조롱과 혐오가 난무하는 국회 법사위의 채상병 청문회를 보며 절망감과 분노감이 교차한다. 비합산성은 말할 것도 없고 합산성도 발휘하지 못하는 국회가 걱정스럽다. 국회가 월드컵 4강을 이룬 대표팀의 조직력을 흉내라도 낼 날이 서둘러 와야 한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