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달 초 이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월 부임했으니 거의 4년반을 재직하고 떠나는 셈이다. 싱 대사는 그간 중국 특유의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 노선에 충실하면서 한·중 관계에 명백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중국이 한·중 관계 개선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새 주한 대사 임명에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한다.
싱 대사는 중국 외교부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로 한국어가 유창하다. 하지만 이런 장점을 살려 한국인의 마음을 얻기는커녕 고압적인 내정간섭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고 한·중 관계만 악화시킨 채로 물러나게 됐다.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판돈 걸기)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과 미국이 동맹이란 점을 대놓고 무시하며 윤석열정부의 외교정책 기조 변경을 압박한 것으로, 내정간섭에 해당할 수 있는 심각한 결례라고 하겠다. 싱 대사의 교체는 비록 늦었지만 꼭 필요한 일이란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은 전직 장차관이나 대통령의 핵심 측근 같은 중량급 인사들을 주중 대사로 내보냈다. 홍순영, 류우익, 김장수 전 대사는 장관 또는 장관급 직위를 지내고 중국에 부임했다. 황병태, 김하중, 노영민, 장하성 전 대사의 경우 직급을 떠나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핵심 참모 출신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싱 대사를 비롯해 외교부 국장급에 해당하는 인물을 주한 대사로 임명해 왔다. 주북한 대사와 비교해도 격이 한참 떨어진다. 싱 대사와 회동한 이 대표를 두고 “외교부 국장급에 불과한 대사에게 훈시를 듣고 왔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은 당연하다. 중국은 주한 대사 직급을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싱 대사가 후임자 없이 떠나게 되면서 주한 중국대사는 한동안 공석으로 남을 전망이다. 같은 외교부 국장급인 천하이 현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가 유력한 주한 대사 후보로 거론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와중인 2016년 12월 외교부 부국장 자격으로 방한한 천 대사는 우리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느냐”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인물이 대사가 된다면 한·중 관계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음을 중국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