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대규모 공연은 대관부터 쉽지 않은데 펀딩까지 해서 빌리고 연주자들 모아 공연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대단해요. 추진력 있게 음악을 끌고 가면서 연주자들을 설득해서 데려가는 힘도 느껴져 좋았습니다.”
김선아(54) 부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는 젊은 후배 지휘자 진솔(37)이 2012년 창단한 클래식 음악 연주단체 아르티제와 함께 모차르트의 ‘레퀴엠’ 연주(6월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를 잘 끝낸 데 대해 대견스럽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민간 음악 단체를 만들어 계속해서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이다. 본인도 바로크 음악 전문 합창단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2007년)과 시대악기 연주단체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2017년)을 창단해 이끌고 있다. 평소 존경하는 데다 닮고 싶은 점이 많은 스승이자 선배의 격려에 진솔도 마음이 놓이는지 환하게 웃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두 마에스트라(여성 지휘자)는 15년 전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당시 김선아는 강사, 진솔은 학생이었는데 직접적 사제 관계는 아니었고, 한 대학의 오라토리오 축제에서 진솔이 바흐의 모테트 전곡 지휘를 맡자 김선아가 지도해준 적 있다.
진솔은 좀 다르게 접근했다. 고단한 현실에 치여 자꾸 혼자만의 방으로만 들어가는 청년 세대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아르티제 레퀴엠 시리즈’ 첫 작품으로 모차르트 레퀴엠을 고른 건 “여러 레퀴엠 중 가장 유명한 곡”이라서다. 모차르트를 시작으로 베르디와 포레, 브람스, 브리튼, 리게티, 펜데레츠키, 류재준 등 최소 1년에 한 곡씩 10년 동안 10곡 이상 레퀴엠을 연주할 계획이다. 진솔은 “제 또래 예술가들은 여유가 없다”며 “무모해 보이는 프로젝트를 설정하고, 그것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나의 세계를 단단하게 구축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2016년 말러 교향곡 전곡 완주를 목표로 진행 중인 ‘말러리안 프로젝트’도 주목받는 기획 공연이다.
김선아는 “연주자들은 작은 곡이든 큰 곡이든 할 때마다 성장한다. 진솔 지휘자도 모차르트 레퀴엠 연주 전보다 분명히 다른 사람이 될 것”이라며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끊임없이 좋은 곡을 연주하려고 하는 자세가 정말 중요하다”고 당찬 후배를 응원했다.
여성 지휘자 최초로 수도권 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를 맡은 김선아와 고전·현대음악은 물론 게임음악까지 영역을 확장한 진솔에게 바람을 물었다.
“은퇴하기 전까지 고(시대)악기로 고전시대 음악을 모두 연주해보는 게 꿈이에요. 고악기는 연주자가 엄청난 에너지를 뿜으며 연주해야 합니다. 그러면 음악도 신나고 음악에서 장엄한 에너지가 나오거든요.”(김선아)
“윗세대와 아랫세대를 연결하고 젊은 관객들이 공연장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젊은 예술인들이 주변 눈치를 덜 봐야 예술계가 더 발전할 수 있어요. 저도 이런저런 얘기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을 겁니다.”(진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