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22년 5월 “건설공사계약의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에 의하여 무효로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는데, 최근에 실제로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무효로 판단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습니다(2024. 4. 12.자 2023다313913 심리 불속행 기각 결정).
이 판결의 사안은 교회 건설공사의 착공이 연기되자 시공사가 발주자에게 철근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요구한 것이었습니다.
1심은 특약을 근거로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 청구를 할 수 없다”고 보았지만, 2심은 건설산업기본법을 근거로 “물가변동 배제특약 중 일부분은 무효이므로 공사비를 증액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판결을 놓고 앞으로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항상 무효라고 하거나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무효가 되면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전부가 무효가 되는 것(“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날아간다”고 표현하는 분도 보았습니다)이라고 해석하는 이가 종종 눈에 띄는데, 필자는 이러한 해석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은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고, 제1호의 사유는 계약 체결 후 설계 변경, 경제 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하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입니다.
그러니까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무효가 되더라도 ‘상당한 이유’가 없는 부분에 한정해 그 부분만 무효로 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법원의 해석도 필자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2심 판결 이유 문구를 다시 살펴보면 “이 사건 도급계약 특약사항 제5호의 물가상승 등으로 도급금액을 증액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는 부분 중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 제20조 제1항에 반하는 부분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특약사항 중 일부가 무효라고(즉 나머지 부분은 유효) 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 법원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앞으로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무효라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필자가 조정위원으로 있는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올라오는 사건 중에는 해당 사업장의 실제 사실관계에 관한 자료는 거의 제출하지 않고 코로나19나 화물연대 파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사유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며 일반적인 물가지수만을 근거로 물가변동비를 청구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물가변동 배제특약 중 얼만큼이 무효인지 개별 사건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놓고 판단이 필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물가변동 배제특약 중 어느 부분이, 왜 ‘상당한 이유’가 없고, ‘현저하게 불공정’한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들어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발주자 입장에서도 앞으로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이 쉽게 부인되지 않도록 면밀히 검토하고 조율해서 계약을 체결해야 할 것입니다.
김추 법무법인 바른 건설부동산그룹 변호사 chu.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