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교수 연봉을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동안 정교수·부교수·조교수 등 전임교원에게 연차가 높아질수록 월급이 오르는 호봉제를 적용했는데 성과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지난주 단과대 학장과 대학원 원장 등이 참여하는 학사위원회에서 논의한 데 이어 이달 중 가안을 만들어 교수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만시지탄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늦었다. 서울대가 국립대에서 법인으로 전환한 게 2011년 12월인데, 구시대적 제도를 유지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호봉제는 연공서열과 갈라먹기식 병폐로 인해 사기업은 물론이고 공직사회에서도 설 자리를 잃은 제도다. 성과에 근거한 보상이 적절한 경쟁을 일으켜 조직의 발전을 이끈다는 건 이미 확인된 바다. 서울대를 법인으로 전환한 목표가 무엇이었던가. 세계 일류 대학 도약을 위해서가 아니었나. 인사와 조직, 재정에서 자율성을 발휘하고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라는 취지다. 국내 최고 대학 교수라는 명예를 누리면서 가만히 있어도 연차만 차면 급여가 오르는 조직에서 경쟁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전국 국립대 교수는 2016년부터 성과연봉제를 적용받고 있는데, 서울대만 국립대학법인이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법인화로 자율성을 최대한 누리면서도 호봉제로 철밥통만 지켜왔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터이다. 뒤늦게나마 낡은 제도를 고치기로 한 만큼 수포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서울대 교수들의 급여 수준이 다른 대학에 비해 상당히 낮은 현실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서울대 정교수 평균 연봉은 1억2173만원으로, 성균관대 1억9027만원, 연세대 1억8470만원, 고려대 1억5831만원에 비해 훨씬 낮다. 그렇다고 갈라먹기의 변명거리가 될 수는 없다. 열심히 연구하고 강의하는 교수들을 위해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서울대가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는지 의문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가 발표한 2024 세계대학 순위에서 서울대는 135위로 지난해보다 6계단 하락했다. 순위에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나 국민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서울대가 이제라도 혁신을 통해 글로벌 대학들과 경쟁하는 국내 선두 대학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