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포트 앤드 아이디 카드, 플리즈(Passport and ID card, please·여권과 외국인 등록증을 주세요).”
지난달 23일 한산한 일요일인데도 오전 10시 가까이 되자 서울 중구 하나은행 을지로금융센터점 앞에는 50명이 넘는 이들이 줄을 섰다. 문이 열리자 줄줄이 들어간 이들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이곳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일요 영업점(전국 16개 지점)으로, 하나은행은 경기 안산, 평택, 경남 김해 등 다른 외국인 근로자 밀집지역에서도 운영 중이다.
을지로금융센터점 직원은 “일요일은 종일 고객이 많아서 점심도 교대로 도시락을 먹고 업무 처리에 집중하고 있다”며 “외국어가 가능한 직원들을 중심으로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전 10시30분에 은행을 찾은 한 외국인은 3시간 넘게 대기해야 한다는 직원 안내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일찍 도착한 필리핀인 베벤틴씨는 “본국에 돈을 송금하기 위해 왔다”며 “평일에는 일해야 해서 직접 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규 외국인 고객 수가 늘어난 이유는 코로나19의 종료와 함께 국내 외국인 근로자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은 250만7584명으로 전체 인구(5137만명)의 4.89%를 차지했다. 국내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늘어나는 외국인을 겨냥한 특화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은행권은 입출금 통장·적금 등 예금 거래를 위해 현지 언어가 가능한 직원을 배치하고 외환송금센터 등 특화 지점을 확대하는 중이다.
하나은행은 외국인 근로자의 이용 편이성을 높이고자 해외송금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16개국 언어로 제공하는 한편 해외송금 전용 계좌(easy-one) 서비스도 마련했다. 금융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맞춤형 금융교육도 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외국인 근로자가 공항에서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는 ‘출국 만기보험’을 내놓았다. 보험금 지급을 신청한 외국인 근로자는 국민은행 인천국제공항지점과 일반구역 환전소에서 보험금 환전 신청 후 면세구역 환전소에서 외화 현찰로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외국인 유학생을 위해 대학 등록금을 간편결제로 낼 수 있는 ‘헤이영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비대면으로 입출금 통장과 체크카드를 발급해주는 서비스도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은행은 외국인 고객을 위한 통장, 다이렉트 해외송금, 글로벌 뱅킹을 한데 모은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고 일정 조건 충족 시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은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 고객에게 외국환 송금 관련 수수료를 자동우대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