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에게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머리가 희끗한 히라야마의 매일은 거의 똑같아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 식물에 물을 주고 하늘을 올려다본 뒤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뽑아 출근한다. 출근길엔 카세트 테이프로 올드 팝을 듣는다. 점심은 공원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하면서, 필름 카메라로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 일렁이는 햇살을 찍는다. 퇴근 후 가는 공공목욕탕과 단골 음식점도 정해져 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사진)는 히라야마의 반복되는 하루를 담백하게 따라간다. 3일 개봉하는 이 작품은 독일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이 연출하고 일본 국민 배우 야쿠쇼 고지가 주연한다.
히라야마의 하루에는 극적인 사건도, 진한 인연도 없다. 말수가 극히 적은 그는 큰 표정 변화 없이 하루의 대부분을 묵묵히 홀로 보낸다. 보는 사람에 따라 평화로울 수도, 적적하거나 답답할 수도 있다.
영화는 이 무한 반복 속 작은 변주를 세심하게 그린다. 벽에 어른거리는 나뭇가지 그림자, 엄마 손을 잡은 고사리손이 보내는 인사, 욕조에 몸 담그는 노인들을 보는 찰나의 순간 히라야마의 얼굴에 스치듯 미소가 떠오른다. 삶에서 행복은 대단한 성취나 드라마가 아닌, 담담한 일상의 반복 속 우연히 마주하는 순간들에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히라야마가 렌즈를 보지 않은 채 필름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매일 똑같아 보여도 삶은 우연의 연속이고 ‘현재’만 존재할 뿐이다. 그렇기에 히라야마는 10대 조카에게 “다음은 다음이고, 지금은 지금”이라고 알려준다. 영화 마지막 히라야마의 출근길, 웃는 듯 우는 듯한 그의 표정은 호들갑스러울 것 없는 삶의 진실을 보여준다.
‘퍼펙트 데이즈’는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에큐메니컬상을 받았으며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다. 이 영화는 ‘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는 도쿄 시부야구의 17개 공공화장실을 안도 다다오, 반 시게루, 구마 겐고 등 세계적 건축가가 재단장한 사업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빔 벤더스에게 단편 영화 제작이 의뢰됐다. 벤더스는 지금의 도쿄를 찍고 싶어 장편 극영화를 만들겠다고 바꿔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