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업계 환경이 급변하면서 오프라인 기반 유통 기업들이 계열사를 통합하는 등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 통합 매입과 물류관리로 가격을 낮추고 중복 업무로 발생되는 비용과 인력을 감축해 전반적인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한편 시너지를 높여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전날 자회사 기업형 슈퍼마켓(SSM) 이마트에브리데이와의 합병 절차를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합병기일은 지난달 30일이며 이마트가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흡수하는 방식이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오프라인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채양 이마트 대표에게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편의점) 등 오프라인 3사 상품본부를 모두 통합해 이끌게 했다. 한 대표는 올해 첫 주주총회에서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오프라인 3사의 매입·물류·마케팅 기능을 통합해 업의 본질을 회복하고, 오프라인 3사의 매입 역량을 공동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통합 이마트에 이마트24까지 합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유통 대기업들은 실적 개선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조직 체계를 개편하며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자회사인 현대쇼핑을 흡수합병한다. 현대백화점은 현대쇼핑의 발행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번 합병 완료 후 현대쇼핑은 해산하게 된다. 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무증자합병’으로 현대백화점의 최대주주 소유주식 및 지분율 변동도 없다. 합병기일은 9월1일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계열사간 흡수합병을 통해 기업구조가 단순화돼 경영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쇼핑이 현재 별도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 않아 이번 합병에 따른 자본 또는 사업상 구조 변동은 전혀 없다”며 “오히려 현대쇼핑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약 600억원)과 자산이 유입돼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이미 2022년 11월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통합 소싱을 통해 실적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 상품 발주 및 관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구매 단가를 낮춰 가격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2021년 63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롯데마트는 합병 첫해인 2022년 48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고 지난해에도 256억원의 흑자를 이어갔다.
식품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동원F&B는 다음달 31일을 기일로 온라인사업 부문 자회사인 동원디어푸드를 흡수합병한다. 동원디어푸드는 동원F&B가 지분 100%를 소유한 완전 자회사다. 2021년 동원F&B의 온라인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된 지 약 3년 만에 다시 함께하게 됐다. 동원F&B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가 온, 오프라인의 경계가 없어지고 통합되는 트렌드에 맞춰, 동원F&B도 통합 시너지를 내기 위해 온라인사업 부문의 흡수합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