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12명 신상 공개 예고에…‘단역배우 자매 사건’ 재조명

‘단역배우 자매 사망 사건’의 당사자인 두 딸의 어머니인 장연록씨가 2019년 4월 서울 성북구의 한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지혜 기자

‘단역배우 자매 사망 사건’ 가해자 근황 등을 공개하겠다는 유튜버의 예고에 15년 전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유튜버 ‘나락 보관소’ 채널은 지난달 30일 커뮤니티에 “단역배우 자매 사건에 대해 다뤄달라는 분들이 많다”며 “해당 사건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 분들은 메일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나락 보관소’는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 대한 신상을 공개한 채널이다.

 

해당 유튜버는 같은 날 “(해당) 사건 어머니와 연락이 닿아 영상으로 다루는 것을 허락받았다”며 “어머니는 절대 혼자가 아님을 저와 구독자분들이 알려드릴 것을 약속드린다”고 언급했다.

 

이 사건으로 숨진 자매의 모친인 장연록(67)씨는 “너무 고맙고 감사드린다는 말씀 외에는 딱히 없다. 너무 많이 감사하다, (영상으로 다루는 데) 동의한다”는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는 지난달 30일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이른바 ‘단역배우 자매 사망 사건’의 유가족과 연락이 닿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 갈무리

단역배우 자매 사건은 2004년에 발생했다.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하던 A씨가 관리반장 등 관련자들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한 뒤 제대로 된 구제를 받지 못한 채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당시 대학원생이던 A씨는 드라마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했다. A씨는 배우들을 관리하던 현장 반장 등 관계자 12명으로부터 지속해서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며 그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가해자가 옆에 있는 가운데 A씨에게 자세한 피해 상황 묘사를 요구했고 가해자들은 A씨를 계속 협박했다. 결국 A씨는 고소를 취하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 A씨에게 해당 일을 소개했던 A씨의 동생도 언니의 뒤를 따라 생을 마감했다. 피해자의 아버지 역시 두 딸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뇌출혈로 사망했다.

 

홀로 남은 A씨의 어머니인 장씨는 가해자들을 처벌해달라며 1인 시위를 했다. 하지만 검찰은 오히려 그를 명예훼손으로 기소했고, 2017년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8년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 제발 재조사를 해주세요’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사건은 10여 년이 지난 2018년에도 재조명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 청원 동의자 수가 20만 명을 넘자 같은 해 4월 청와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피해자 변호인 진술 등 관련 자료를 최대한 찾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또한 당시 수사를 담당하였던 경찰관들을 상대로 수사에 대한 과오가 없었는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4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단역배우 자매 사건 재수사 요청’ 청원 답변 게시물.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경찰은 2018년 3월 전담팀을 구성하기도 했으나 1년이 채 안 돼 별다른 성과 없이 진상조사를 종결했다. 사건 공소시효가 지났고 사건기록도 보관시한이 지나 폐기한 탓에 재수사 착수 등 법적인 조치를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장씨는 2019년에도 1인 시위를 이어나갔다. 당시 그는 서울 성북구의 한 병원 앞에서 진실규명과 사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우리 딸을 성폭행한 가해자 중 하나가 이 병원에서 일해 여기서 시위를 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같은 해 유튜브 채널을 열어 가해자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고 진상규명과 관계자 처벌을 호소기도 했다. 그는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당하더라도 관련 인물을 법정에 세워 그들이 범죄사실을 시인하게 하고 싶다”며 “최대한 사람들에게 사건을 알려 가해자들이 편히 살지 못하게 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