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울어요” “엄마 생각 나서요”
102세로 KBS ‘전국노래자랑’에 참가한 역대 최고령 참가자의 노래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셨다.
전국노래자랑 MC인 방송인 남희석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 할머니를 만난 소감을 전하며 “화순. 102세. 강예덕 할머니. 덕분에 이날 많이들 울었다”며 “건강하시고 꼭 다음 화순 노래자랑에도 나와 주셔 달라”고 남겼다.
1922년 생인 강예덕 할머니는 지난달 2일 방송된 전국노래자랑 화순군 편에서 무대에 올랐다. 남희석은 “전국노래자랑의 기록을 만드실 분을 모시겠다”며 강 할머니를 소개했다.
한 손에 든 지팡이에 거의 의지하지 않은 정정한 걸음걸이로 무대에 등장한 강 할머니. 할머니는 “17살에 시집을 와서 102살 되도록 여기서 살고 있다”며 “잘 못 해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남희석이 “귀도 잘 들리시고 말씀도 정확하시다”라고 말하자 강 할머니는 “죽기 전에 한 번 나왔다”며 웃었다. ‘의자 드릴까요?’라고 묻자 강 할머니는 “서서 해야지”라고 답했고, 남희석은 ‘의자 치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장수의 비결을 묻자 할머니는 “된장과 김치에 밥만 먹는다”고 밝혔다.
강 할머니의 선곡은 일제강점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곡 ‘찔레꽃’(1941).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하염없이 바라보니 그리운 시절아’라는 노랫말처럼, 노래가 시작되자 많은 관객들이 향수에 젖은 얼굴이 되었다.
일부 관객들은 눈물을 훔쳤다. 노래가 끝나자 남희석은 “눈물 나시는 분들 계시죠? 저도 눈물나요”며 “제가 너무 감동을 받았다”고 연신 할머니를 향해 고마움을 표했다. 남희석이 한 관객에게 우는 이유를 묻자 관객은 “엄마 생각 나서”라고 답했다.
저마다 그리움으로 촉촉이 젖어든 관객들로부터 앙코르 요청도 쇄도했다. 강 할머니는 남희석이 즉석으로 제안한 ‘처녀 뱃사공’, ‘목포의 눈물’ 등을 가사를 보지도 않고 연달아 열창했다. 어느 때보다 힘차게 실로폰으로 ‘딩동댕동’을 울리며 합격을 알린 심사위원들은 앙코르 곡이 시작되자 할머니 옆으로 가 함께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할머니에게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남희석이 “다음에 또 나와 달라”고 하자 강 할머니는 “안 죽으면 또 나올게요”라고 호탕하게 말해 훈훈한 웃음을 자아냈다.
강 할머니의 노래는 유튜브 영상이 42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온라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꺼내놨다.
이들은 “77세에 돌아가신 엄마의 애창곡인데.. 너무 곱고 노래도 잘하셨는데 인사도 없이 가버려서 눈물을 흘리며 봤네요”, “저희 친정 어머니와 동갑이신데 부럽네요. 우리 어머니는 하늘에서 이 영상을 보고 눈물 흘리는 못난 딸을 보고 계실지”, “친정어머니 생각나서 울며 박수 치며 시청했습니다. 어머니 부디 건강하세요” 등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강 할머니에 대한 응원을 전했다.
강 할머니를 모시고 있다는 도곡부모돌봄복지센터 관계자도 댓글을 달아 “늘 주변 분들에게 귀감이 되시는 분이고, 사랑과 배려가 많으신 훌륭한 어르신“이라며 “잘 모시겠다“는 다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