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착오에 대청호 캠핑장 불똥” 시민들 허탈

뒤늦게 ‘상수원 보호구역’ 논란
금강유역환경청, 운영 중단 요구
6월 문 닫아… 지역사회 피해

“대전시민을 위한 공간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지게 됐네요.”

 

졸지에 대청호 로하스캠핑장의 마지막 캠핑장지기가 된 김성선 ‘여행문화학교 산책’ 대표의 하소연이다. 김 대표는 2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30일 마지막 운영을 하고 현재 폐쇄 후 정리 중”이라며 “운영을 잘못한 거면 이해하겠는데 그동안 행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가 갑자기 법 위반이라며 문을 닫으라니 답답하고 억울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대청호 로하스캠핑장 전경. 로하스 캠핑장 제공

대전지역의 대표적인 문화휴식공간인 대청호 로하스캠핑장(대전 대덕구)이 결국 지난달 30일 문을 닫았다. 2015년 개장 후 9년 만이다. 로하스캠핑장은 대전 대덕구와 민간위탁 계약을 맺고 문을 연 지역 최대규모의 캠핑장이자 가족공원이었다. 연간 4만명이 로하스캠핑장을 찾았다.

 

김 대표는 사업자 공모를 통해 캠핑장 수탁기관으로 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은 2020년 7월부터 5년간이다. 계약기간이 1년 남았지만 김 대표는 캠핑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계속 운영하면 법 위반으로 대덕구가 행정처분과 함께 수사의뢰하겠다고 엄포를 놔서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4월 대덕구에 상수원보호구역인 대청호에 캠핑장을 열어 야영이나 취사를 허용한 것은 수도법 위반이라며 원상복구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애초 캠핑장이 들어선 지역은 2006년 소규모 워터캠핑장을 비롯한 체험학습공간으로 꾸며지도록 설계됐다. 사전환경성검토 승인을 받은 수자원공사는 2015년 캠핑장을 조성해 대덕구에 인계했고, 구는 이 시설을 민간업체에 위탁해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그러나 완성된 캠핑장은 기존 계획과는 달리 오토캠핑장 40면과 글램핑장 10면 등의 시설로 대청호 바로 옆에 지어졌다. 다만 캠핑장 설계 변경 등은 수자원공사 측과 협의로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락가락 행정에 직격탄을 맞은 건 김 대표와 대전시민들이다. 

 

캠핑장이 불법 운영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6월부터 이용객 발길은 뚝 떨어졌다. 김 대표는 캠핑장에 장애인과 어린이 등 소외계층을 초청하는 등 캠핑장을 개방적으로 운영하면서 ‘캠핑 개념’을 확장했다. 캠핑장 폐쇄가 더 아쉬운 이유이다.  

 

캠핑장 철거가 알려지자 이곳을 자주 찾았던 한 어린이는 김 대표와 직원들에게 편지로 아쉬움과 감사인사를 전했다. 김 대표는 “그 아이가 편지를 건네주며 엉엉 우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다시는 행정 착오로 인한 피해가 대전시나 시민들에게 돌아가질 않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