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2일, 정치권은 채 상병 특검법 등을 놓고 하루 종일 첨예하게 대립했다. 야권의 특검법 상정·처리 시도에 여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날 본회의도 ‘반쪽’으로 시작됐다.
전선은 국회의장실에서부터 형성됐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법안을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날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본회의 개의 전 우 의장과 양당 원내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법안 처리를 위해 안건을 상정한 전례가 없다”며 강하게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특검법은 채 상병 1주기가 19일이라 이 부분은 양보할 수 없어서 상정을 요청했고 특검법을 처리하기로 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여당은 우 의장이 편파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권성동 의원 등 중진들은 의장실로 항의하러 갔고, 나머지 의원들은 복도에서 정성국 의원 선창에 따라 “의회주의 무시하는 편파운영 중단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권 의원은 항의 방문 뒤 “제가 5선을 하는 동안 대정부질문이 잡힌 날 단 한 번도 의장이 제1당 요구에 따라 긴급 안건을 상정해 처리한 전례가 없다”며 “우 의장은 오로지 자신이 의장 경선할 때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일념하에, 민주당 적극 지지자들인 개딸의 비판을 두려워한 나머지 첫날부터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본회의 시작이 1시간30분 이상 지연됐다. 우 의장은 야당 의원들만 착석해 있는 본회의장에 뒤늦게 들어와 “국민의힘이 의원총회를 한다니 잠시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의석 중간에서 “의장님 노고가 많습니다”는 말과 함께 웃음소리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소란은 우 의장이 “박수 치지 마세요”라고 주의를 주고 나서야 가라앉았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 직권남용 아닌가’라고 묻자 “그건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사건 실체를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지금 제출돼 있는 특검법안은 위헌성이 많아 이대로 의결된다면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일각에선 특검법이 진상규명보다는 다른 정치적 의도로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4성 장군 출신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한·미·일 연합훈련 등에 대해 질의하던 중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했다”고 말해 여야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의사봉을 쥐고 있던 주호영 부의장이 “과한 말씀인 것 같다”며 사과를 거듭 촉구했지만 김 의원이 “다른 건 몰라도 ‘일본과 동맹’에 관해선 사과할 수 없다”며 거부하자 결국 정회가 선포됐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의 사과 없인 3일 본회의에도 참석할 수 없단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 원내대표는 “정청래(법사위원장) 막말 퍼레이드가 본회의장까지 이어졌다”며 “반드시 사과를 받아야 정상적으로 본회의에 임할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김 의원) 윤리특위 제소는 별도로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채 상병 특검법 본회의 상정이 강행되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의총에서 필리버스터 명단을 짜둔 국민의힘은 본회의 대정부질문(2∼4일) 기간 야당의 채 상병 특검법, 방송 3+1법 등 단독 처리에 대비해 전원 경내에서 비상 대기하고 조를 편성해 본회의장을 지키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수단인 필리버스터는 180명(재적의원 5분의 3)의 동의가 있으면 24시간 뒤 강제 종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