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지에 울려 퍼진 맹꽁이 울음소리…’ 전주 옛 대한방직터에 다수 서식 재확인

전북 전주시 서부신시가지 옛 대한방직 터에 맹꽁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난해 민간 개발 업체가 이곳에서 포획해 이주시킨 맹꽁이 수백마리는 모두 죽었지만, 이들의 보금자리에서는 또다시 생명이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지역 환경단체는 맹꽁이 보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일 전북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비가 내린 지난달 30일 저녁부터 이틀간 대한방직 터 가림판 울타리 구간에서 청음 조사를 통해 인근 삼천변 세내로 구간 출입구 좌·우 등 개발 부지 내 4곳에서 맹꽁이가 다수 서식한 사실을 확인했다.

 

전북 전주시 효자동 서부신시가지에 자리한 옛 대한방직 개발 예정 부지 모습.

단체는 “대형 가림판 울타리와 주차장 조성 등 두 차례 서식지 훼손과 포획 방사라는 강제 이주의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은 맹꽁이들”이라며 “지난해 대대적인 포획 이주 사업 후에도 동일한 지점에서 맹꽁이가 발견된 것은 대한방직 터가 맹꽁이의 대규모 서식지임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앞서 민간 개발업체인 자광은 지난해 11월 개발 부지 내 맹꽁이를 포획해 이주 방사를 완료했다는 보고서를 전북지방환경청에 제출했다. 전북지방환경청은 맹꽁이 성체 63마리와 어린 새끼 544마리를 포획해 건지산 오송제 주변에 이주시킨 사실을 재확인했다.

 

맹꽁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 등급 중 ‘적색 목록(Red List)’으로 분류돼 있다. 1년 중 가장 많은 비가 내리는 장마철에 물의 표층에 산란한다. 산란 후 1~2일 지나면 알은 올챙이로 변하고 30일 정도 지나면 맹꽁이로 탈바꿈된다.

 

환경단체는 옛 대한방직 맹꽁이 보호 대책에 부지 내 원형보전 방안을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부지 내 자연녹지나 공원 부지(1만1470㎡), 또는 전체 부지의 40%를 차지하는 공개공지(8만1798㎡)에 맹꽁이 서식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에 발견된 맹꽁이를 지난해처럼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포획 이주 허가를 새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대한방직 터 개발사업 관련 환경영향평가 심의가 진행 중으로 상황이 변화됐다는 점이다.

 

그만큼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부지 내 서식지 원형 보전, 대체 서식지 조성 등 맹꽁이 보호 대책이 먼저 검토돼야 한다는 게 단체의 주장이다. 맹꽁이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가 포획 후 이주로 결정이 나야 한다. 사업 시행도 환경영향평가 협의 이후 가능하다.

 

환경단체는 “최근 자료에 의하면 서식지 외부 대체 서식지로 이주한 맹꽁이의 생존율은 5%에 불과하다”며 “업체가 최초 이주 대상지로 정했던 삼천생태학습장도 2021년 맹꽁이 230여 마리를 방사했으나, 이듬해 사후모니터링 보고서에 맹꽁이 서식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임시 보호를 하고 복원지에 맹꽁이를 방사했지만 결국 실패한 사업이 된 셈이다. 하천 부지라는 특성과 정비 사업 후 조성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대한방직 터 개발 사업은 용도변경에 따른 지구단위계획 수립과 개발이익 환수 사전협상, 도시관리계획 결정 등 행정 절차를 추진 중이다. 환경단체는 그만큼 맹꽁이 보호 대책을 검토할 시간이 충분할 것으로 본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맹꽁이는 행동반경이 100~300m에 불과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조건만 갖춰진다면 삼천동 거마공원과 강변공원, 하가지구 하늘공원 등처럼 도시 근린공원도 서식지가 될 수 있다”며 “개발 부지 내 맹꽁이 서식지 조성 방안을 강구해 공존하는 개발사업 전환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