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표 사퇴로 차기 대표 연임 도전이 확실시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머릿속은 탄핵보다 민생 살리기의 비중이 더욱 높을 거라고 같은 당 천준호 의원이 4일 짚었다.
당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재명 전 대표 머릿속의 향후 정국구상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게 들어 있나’라고 진행자가 묻자 “이재명 전 대표가 그동안 탄핵이라는 언급을 굉장히 신중하게 사용하셨다고 생각한다”고 우선 답했다.
천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영수회담을 떠올린 후 “국정기조가 바뀔 줄 알았는데 민생 살리려는 대책이 하나도 나온 게 없다”면서, “이재명 전 대표가 말하지 않더라도 국민들이 탄핵을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놓고 탄핵을 말하지는 않지만 향후 민심의 흐름에 이 전 대표가 부응할 수 있다고 해석된 천 의원의 답변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구 국회 국민동의청원 언급 과정에서 나왔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해당 청원에는 약 109만명이 서명했다.
청원인은 게시글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차고 넘친다”며 “22대 국회는 탄핵소추안을 즉각 발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 외압 행사 외에 ▲윤석열-김건희 일가 부정비리와 국정농단 ▲전쟁 위기 조장 ▲일본 강제징용 친일 해법 강행 ▲후쿠시마 핵폐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투기 방조를 이유로 내세웠다.
청원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졌다. 5만명 이상이 동의한 청원은 소관 상임위로 회부되며, 상임위에서는 심사 결과 청원의 타당성이 인정될 경우 이를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본회의까지 통과한 청원은 정부로 이송되며, 정부에서는 해당 청원에 대한 처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혼을 내고 회초리를 들어도 대통령이 요지부동, 마이동풍이니 2주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100만명이 탄핵 청원에 동참했다”며 날을 세웠고, 같은 당 정청래 최고위원도 “접속이 원활했다면 (동의가) 500만명을 넘겼을 것”이라며 “이것이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을 심판하자는 국민의 목소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법사위에서 청원에 관한 청문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여권을 겨냥한 공세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법사위 청원심사소위가 이번 청원을 심사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청문회를 고려할 수 있다는 민주당의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 발의 촉구 청원은 국민의 자유라면서도 그 사유가 없다는 점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당권 주자인 나경원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민주당의 탄핵 남용에 대한 대국민 청문회가 가장 시급하다”며 주장했고, 권성동 의원도 “청원글이 언급한 탄핵 사유는 하나같이 법률적으로 미비하다"며 "오히려 상당수는 민주당의 선동 구호와 닮아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당 대표이던 지난 4월2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진행돼 유튜브에서도 생중계된 ‘당원과의 만남’ 도중 어느 당원의 ‘전 국민 25만원 재난지원금, 대통령 4년 중임, 결선투표제 도입’ 등 주문을 따라 읊다가 “윤석열 탄핵… 이거 뭐야 갑자기”라며 화들짝 놀란 듯 ‘셀프 입틀막’을 했다.
고의가 아니라는 듯 “이건 내가 안 읽은 겁니다”라며 웃음을 터뜨린 이 전 대표의 반응은 ‘탄핵’ 언급이 당 차원 메시지로 오해될까 우려한 것으로 보였다. 옆에 있던 박찬대 의원도 ‘당원이 보내온 메시지’라며 이 전 대표를 엄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