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주의 전 세계를 휩쓴 역사/ 줄리아 로벨/ 심규호 옮김/ 유월서가/ 4만3000원
2024년은 전 세계 공산당 역사에 의미 있는 해이다. 1949년 본토에서 국민당을 몰아내고 성립한 중화인민공화국이 1917년부터 1991년까지 74년을 이어온 소련을 제치고 세계 최장수 공산주의 국가에 등극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여기서 더 나아가 미국에 도전하는 패권국가 자리를 넘보고 있다.
이런 중국의 야심을 이해하려면 마오주의의 역사를 봐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은 덩샤오핑 이래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때가 올 때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실력을 기를 것을 외교 방침으로 삼아왔고, 이는 성공적인 전략이었다. 지난 수십 년간 서구는 중국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며 세계 질서에 편입되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그동안 중국을 세계 혁명의 영도자로 만들려고 했던 마오쩌둥 시대의 외교사를 철저하게 감추어 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마오쩌둥의 세계적 영향력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미국과 서유럽을 휩쓴 68혁명의 배경으로서의 마오주의, 네팔 왕정을 종식하고 의회를 차지한 마오주의자들의 이야기, 지금도 이어지는 인도 낙살바리 지역의 마오주의 반란, 수만 명의 죽음을 초래하며 20년간 이어진 페루 마오주의 정당 ‘빛나는 길’의 반란,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베트남에서 수많은 학살로 이어진 뼈아픈 역사와 그 뒤 중국의 지원, 아프리카 곳곳에 들어간 중국의 자금과 인력 등 마오주의의 전 지구적 영향력의 예를 저자는 자세하고 흥미롭게 보여준다.
저자는 이런 국제적 마오주의의 시발점을 미국의 중국 특파원이었던 에드거 스노가 쓴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중국의 붉은 별’에서 찾는다. 이 책이 중국 공산당과 마오쩌둥에 대한 미화와 선전물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적 해석을 통해 독자는 마오주의가 중국 인민은 물론 해외 인사들을 어떻게 포섭하고 활용했는지, 더 나아가 오늘날 중국 외교정책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드러낸다. 마오쩌둥 이래 최초로 종신 집권의 길이 열린 중국의 현재에도 마오주의의 그늘이 드리워져 보인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