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가리왕산 중봉은 살아 있다

지난 6월 초에 홀로 가리왕산(1561m)에 다녀왔다. 등산이었지만 걷지는 않고, 여행객에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정선 관광 곤돌라를 타보기 위해서였다.

 

스포츠기자 생활을 마치고 운이 좋게 2018평창동계올림픽 대변인으로 3년반 동안 일을 했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대한민국은 2010, 2014에 이어 세 번의 도전 끝에 2018동계올림픽대회를 유치했다. 그때 2013 프라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2007 과테말라 IOC 총회를 취재했기에 유치 기획단계에서부터 대회 종료까지의 전 과정을 지켜봤다. 대회가 끝난 뒤 캐나다의 한 언론으로부터 ‘흠잡을 것이 없는 것이 흠’이라는 극찬을 받았을 정도로 성공한 대회를 치른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유치 당시부터 난관은 알파인 스키 종목을 치를 코스를 만드는 것이었다. 높은 산이 없이는 경기장을 만들 수 없다. 무주 덕유산을 배경으로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섰던 전라북도의 실패가 이를 입증한다. 동계올림픽이 주로 알프스, 로키산맥이 있는 유럽과 북미에서 주로 열리는 이유다.

 

유치위원회는 당초 용평리조트 인근 발왕산(1458m)에 코스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발왕산의 주목을 비롯한 천연림 훼손이 문제였다. 대안으로 떠오른 곳이 정선군에 있는 가리왕산이었다. 중봉에 남자코스, 하봉에 여자코스를 각각 1개씩의 슬로프를 만들려는 계획이 세워졌다. 이후에도 또 한 번 계획이 수정됐다. 하봉에만 코스를 만들고, 남자부와 여자부는 출발지점만을 달리하는 방안이 채택됐다.

 

하봉은 일제강점기 때 벌목을 했었고, 이후에는 화전민들이 집을 짓고 생계를 이어 갔던 까닭에 숲의 보전상태가 좋지 않았다. 반면 중봉은 환경자산이 엄청났기 때문에 개발하지 않기로 했던 것이다. 모든 것이 환경을 보호하고 지키려는 국민의 뜻이었다.

 

여름 문턱이었지만 가리왕산은 봄이 한창이었다. 영업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가 되기 전부터 100여명은 족히 될 것 같은 많은 등산객이 줄을 서고 있었다. 지난해 이용객수가 17만명이나 되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30%가 넘는 인원의 증가세라고 한다. 이 역시 복원계획을 수정한 결과다.

 

2022년 12월 오픈한 가리왕산 곤돌라는 올해 말까지 한시적 운영을 하고 추후 연장을 검토할 계획이란다. 아직은 시한부 운영인 셈이나 시설의 존속을 굳게 믿는다. 아직도 가리왕산 복원을 외치는 소수의 목소리에 이미 수백억원을 들여 만들어 놓은 곤돌라를 또다시 수십, 수백억원의 세금을 투입해 다시 없애는 작업을 해야 할까? 장기적으로 산에 설치한 곤돌라는 오히려 환경보호에 유리하다.

 

IOC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중요시하며 올림픽 개최도시와 개최국에게 올림픽 시설을 잘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가리왕산 곤돌라는 올림픽 당시 선수들을 실어 나르던 리프트다. 평창올림픽의 유산을 관광시설로 잘 활용한다면 올림픽의 성공 개최가 대한민국의 유산으로 남는다. 중봉의 원시림은 아주 잘 보호되어 있다.

 

오는 6일에는 평창기념재단이 주최하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6주년 기념식이 대관령에 있는 개폐회식장에서 열린다. 늦은 감이 있지만 참 다행이다.


성백유 언론중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