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단체 10연패 선봉에서… 중압감 털고 金 과녁 조준

파리에 뜨는 별-양궁 에이스 임시현

안산 등 강자 이기고 태극마크
37년 만에 AG 3관왕 등 ‘펄펄’
국제 무대 경험 부족 극복 자신

지난해 4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 선발전에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임시현(21·한국체대)이 2020 도쿄올림픽 3관왕에 빛나는 안산(23·광주은행) 등 쟁쟁한 선배들을 누르고 당당하게 1위로 태극마크를 단 것이다.

임시현은 항저우에서 이런 성적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이 대회 혼성 단체전과 여자 단체전에서 정상에 오른 임시현은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안산을 6-0으로 완벽하게 제압하는 등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올랐다. 아시안게임 양궁에서 3관왕은 1986년 서울 대회 양창훈(4관왕)과 김진호, 박정아(이상 3관왕)에 이어 37년 만의 쾌거였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임시현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여자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이후에도 임시현은 승승장구했다. 2024 파리올림픽 대표팀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출전한 세계양궁연맹 상하이 월드컵 1차와 예천에서 열린 월드컵 2차에서도 개인전 정상에 올랐다.

‘세계 최강’ 명성 사수 임시현이 지난달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1 경기를 앞두고 관중들의 의도된 소음 방해 속에서 힘차게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이렇게 한국 여자 양궁의 에이스로 떠오른 임시현의 어깨가 무겁다.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규모의 선수단을 파리에 보내는 팀 코리아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목표로 제시했다. 양궁에서 3개 이상의 금메달을 가져와야 달성이 가능한 숫자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이 넘어야 할 첫 과제는 ‘경험’이다. 임시현과 함께 대표팀을 이룬 남수현(19·순천시청)은 순천여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실업무대에 진출했고, 전훈영(30·인천시청)은 늦게 기량이 만개한 선수로 올림픽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임시현의 존재감은 거대하다. 실제 지난달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올림픽 모의고사’ 격으로 치러진 월드컵 3차 여자 개인전에서 임시현이 32강전에서 탈락하자 전훈영과 남수현 모두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채 8강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단체전에서도 중국에 밀리지 않기 위해 임시현의 역할이 중요하다. 단체전 올림픽 10회 연속 제패를 꿈꾸는 여자 대표팀은 지난 1, 2차 월드컵 단체전에서 중국에게 연달아 우승을 내줬다. 월드컵 3차 단체전 정상에 올라 체면을 세웠지만 당시 상대는 프랑스였다.

중압감 속에서도 임시현은 자신감이 넘친다. 임시현은 당시 중국의 탈락으로 한국의 우승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에 대해 “중국이 우리의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우리의 경기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