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146개의 정책 목표 중 90.3%, 139개를 실현하고 추진 중입니다.”
지난 1일 저녁 6시쯤 일본 도쿄 지요다구 아키하바라역 인근 광장,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현 지사가 7일 실시되는 도쿄도지사 선거에서의 승리를 통한 3선 의지를 불태웠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연설을 듣던 사람들 중엔 ‘고이케 상’을 외치며 지지를 표시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반감도 상당한 듯 ‘공약 달성 0 고이케’, ‘사요나라(안녕히 가세요) 고이케’, ‘극우 거부’ 등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연설장 주변을 도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역대 가장 많은 56명이 입후보한 도쿄도지사 선거가 종반전으로 치달으며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자민당 파벌 비자금 스캔들 이후 더욱 짙어진 정치 염증을 의식해 각 후보가 정치색 탈피를 시도하고 있지만 사실상 여야 맞대결 구도인 선거의 결과에 따라 일본 정치권이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4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쿄도지사 선거는 고이케 후보가 선두를 잡고, 렌호 후보와 이시마루 후보가 추격하는 판세를 보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달 28~30일 실시한 여론조사와 자체 분석결과를 종합해 “고이케 후보가 안정적인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지난 8년간 고이케 도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60%를 넘었다”고 전했다. 도쿄신문도 “고이케 후보가 리드하고 렌호 후보에 이어 이시마루 후보가 뒤를 쫓는 상황”이라는 지난달 29~3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고이케 후보는 첫째아이 보육료 무상화, 0~18세 월 5000엔(약 4만2000원) 지급 등 그간의 실적을 어필하는 한편 안전한 도쿄 건설, 육아·교육 지원 보강, 고물가 대책 등 공약을 강조하고 있다. 렌호 후보는 행정개혁, 사회적 약자 배려 등을 강조한 ‘7개의 약속’을 전면에 내세웠고, 이시마루 후보는 기성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한 두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지난해 불거진 뒤 지금도 일본 정치권을 흔들고 있는 자민당 파벌 비자금 조성 스캔들에 비판적인 민심이 선거결과에 어떻게 드러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스캔들 당사자인 자민당,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자당 후보를 내지 않고 고이케 후보를 밀고 있지만 이를 공표하지는 않는 방식을 택했다. 자민당 지원이 득될게 없다는 걸 확인한 최근 연이은 선거 패배를 거울 삼아 정당 색깔을 최대한 빼겠다는 계산이다.
입헌민주당, 공산당 등 야당의 지원을 업고 있는 렌호 후보는 이런 점을 공략 중이다. 그는 선거 운동을 하며 “자민당이 응원하는 사람에게 절대 지지 않고 싶다”고 호소해 왔다. 중앙 정치와 인연이 적은 이시마루 후보가 두 경쟁자를 공격하는 데는 기성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을 의식한 면이 크게 작동하고 있다.
같은 날 투표가 진행되는 도쿄도의회 9곳 보궐선거도 마찬가지다. 9곳 중 8곳에 후보를 낸 자민당은 4곳 이상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도지사 선거보다 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이케 후보가 리드하는 도지사 선거 판세가 자민당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정치색이 전면에 드러나는 도의회 선거의 성격상 도지사 선거와 다른 민심이 작동할 것이란 분석이 강하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도의회 선거에서 패배하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를 ‘선거의 얼굴’로 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대패하면 기시다 정권은 끝”이라는 자민당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