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사태가 넉 달 넘도록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자 환자와 보호자들이 직접 거리로 나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 회원 300여명이 어제 서울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대회’를 열었다. 수십 년간 여러 차례 강행됐던 의사들 총파업 사태에도 인내하던 환자들이 길거리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자들은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의정갈등으로 왜 더 아파야 하나”라는 절규를 의사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환자와 환자 가족을 비롯해 국민 모두가 분노와 불안, 무기력에 빠졌다”며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라는 이들의 요구는 지극히 당연하다. 의사들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집단행동을 더 이상 못하게 하고 어떤 집단행동을 하든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의료는 정상 작동되도록 국회에 의료법 제정을 요구한 것도 공감이 간다. “정부와 의료계가 사태 해결을 위한 협의는커녕 환자의 불안과 피해를 도구 삼아 서로 비난하는 것에 더는 인내하지 않을 것”이란 대목에선 그간의 분노가 읽힌다. 오죽 답답했으면 몸이 아파 거동하기도 힘든 환자들이 휠체어를 타고 거리로 나왔겠나. 정상적인 의사라면 이런 부조리한 상황에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