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주도 ‘채상병 특검’ 더 세졌다…대통령실 “헌법 유린 개탄” 거부권 예고

기존 특검법보다 수사 범위가 확대
공수처에 대한 외압 의혹도 수사 대상 포함
대통령실 “위헌 더한 반 헌법적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이 4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실이 또다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예고 된 가운데, 향후 처리 과정으로 쏠리게 됐다.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 처리 문제를 둘러싼 필리버스터 종료에 대한 표결이 시작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지난 5월30일 1호 당론 법안으로 발의한 특검법안은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기존 특검법보다 수사 범위가 확대되는 등 여권을 향한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특검법이 특검의 역할을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외압 의혹 수사로 국한했다면, 수정안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한 수사와 재판을 모두 포괄할 수 있도록 특검의 수사 대상과 업무 범위를 대폭 늘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외압 의혹도 새롭게 수사 대상에 포함했고, 항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공소취소 권한도 특검에 부여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이 가결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채상병 특검법은 재석 190인 중 찬성 189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뉴스1

 

이전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특검 후보 4명 중 민주당이 2명을 추려 대통령에게 최종 추천하도록 했지만, 이번 법안은 변협 추천 과정 없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1인씩 총 2인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조국혁신당에 특검 추천권을 준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대통령이 특검 후보를 추천받은 뒤 3일 이내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후보 중 연장자가 자동으로 임명되도록 했다.

 

대통령실은 특검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자 강하게 반발하며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위헌성 때문에 재의결이 부결됐으면 헌법에 맞게 수정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일 텐데, 오히려 위헌에 위헌을 더한 반헌법적 특검법으로 되돌아왔다”며 “헌정사에 부끄러운 헌법 유린을 개탄한다”고 밝혔다.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의 건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말다툼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본회의 통과에 따라 윤 대통령은 15일 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기한은 오는 19일로 채상병 순직 1주기와 맞물린다.

 

민주당은 통신사들이 통화 기록을 통상 1년이 지나면 말소한다는 점을 들어 채상병 순직 1주기 전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재의 요구된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시 법률로 확정된다. 국민의힘 108명 중 8명이 찬성표를 던지면 재의결이 가능해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된다. 이탈표를 놓고 여야의 치열한 수싸움이 예상된다.

 

다만 안철수 의원이 찬성하는 것 외에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유지되는 분위기여서 재의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조국혁신당은 전날 여야 대치를 끝내야 한다며 비교섭단체 몫의 특검 추천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혁신당은 정부와 여당이 특검 추천권을 문제 삼고 있는 만큼 이러한 명분을 제거해서라도 법안 처리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