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높아지는 서울 ‘소형 아파트’…사회초년생 주거 부담 강화 우려도

1∼2인 가구 증가와 분양가 상승, 비(非)아파트 기피 현상 등이 겹치면서 서울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 몸값이 높아지면서 6억원 미만 거래 비중은 역대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고, 청약 경쟁률도 다른 면적대를 웃도는 모습이다. 소형 주택 공급은 줄어들면서 결국 사회 초년생들의 주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토대로 지난 1∼5월 서울의 전용면적 59㎡ 이하 아파트 매매 거래(8180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억원 미만 거래는 37.0%(3024건)에 그쳤다. 이는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1∼5월 기준 가장 낮은 비중이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매물 시세가 게시돼 있다. 뉴스1

서울의 59㎡ 이하 규모 아파트의 6억원 미만 거래 비중은 2016년 1∼5월(91.7%) 90%대였으나 2017년(87.1%)과 2018년(85.3%) 80%대로 떨어진 뒤 하락세를 이어가며 2021년 51.0%까지 쪼그라들었다. 2022년에는 59.3%로 전년 대비 소폭 올랐으나, 지난해 43.2%로 다시 하락 전환한 뒤 올해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올해 거래를 금액대별로 보면 6억원 이상∼9억원 미만 거래가 전체의 29.6%(2421건)를 차지했으며,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은 27.6%(2256건), 15억원 이상은 5.9%(479건)였다.

 

소형 아파트 가격 상승세 속 지난 5월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면적 59.686㎡가 32억원에 거래되며 전용 60㎡ 이하 아파트 중 역대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소형 아파트의 인기는 청약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에서 분양된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아파트의 1·2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17.94대 1이다. 60㎡ 초과 85㎡ 이하 아파트(5.08대 1)보다 3배 이상 높고, 85㎡ 초과 대형 아파트(8.27대 1)보다 2배 이상 높은 경쟁률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뉴시스

소형 아파트 거래도 활발하다. 지난해 수도권의 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의 매매 건수는 모두 6만1171건이다. 이는 2022년의 3만675건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인기 배경에는 1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인한 고분양가 추세, 전세사기 문제에 따른 비아파트 기피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1∼2인 가구 증가로 소형 아파트 주택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전셋값과 분양가가 상승하자 중저가 서울 소형 아파트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형 아파트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은 이에 미치지 못해 앞으로 몸값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에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과 같은 비아파트에서도 소형 주택 공급이 줄어 청년 가구의 전·월세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올해 60㎡ 이하 소형 주택(아파트·비아파트 포함)의 인허가 규모가 6만7000가구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전체 주택 인허가 실적 전망치(38만가구)의 17.6% 수준이다. 지난해 소형 주택 인허가 규모(11만8000가구)와 비교했을 땐 절반 가까이 감소할 전망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비아파트인 다가구, 다세대, 연립주택과 60㎡ 이하 소형주택의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도시 지역에서 청년독신가구용 주택 감소로 전월세가 급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