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마통’으로 나라살림 꾸리는 정부… 상반기 91조 빌려

세수 부족에 대출 이용… 역대 최대 규모
71.7조 상환… 이자 1291억도 최고치
국고채 이자, 총지출 대비 3% 넘어서

정부가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 상반기에만 한국은행에서 91조원 넘게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 지출을 상반기에 집중했는데 세수가 부족해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으로 나라살림을 꾸려갔다는 의미다.

한은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 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한은으로부터 상반기 6개월간 91조6000억원을 빌렸다가 71조7000억원을 상환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누적 대출 규모는 해당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기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상반기 규모(73조3000억원)를 크게 웃돌고,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한 지난해 동기보다 4조4000억원 많다. 이에 따른 대출 이자액 1291억원(1분기 638억원+2분기 653억원)도 역대 1위 규모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다.

정부는 쓸 곳(세출)에 비해 걷힌 세금(세입)이 부족하면 국고채를 발행해 변통하기도 한다. 국고채 발행 잔액은 지난 4월 기준 1039조2000억원이며, 이에 따른 이자 부담도 갈수록 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의원(민주당)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 기준 정부 총지출은 610조6907억원, 국고채 이자비용은 19조198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지출 대비 국고채 이자비용 비중은 3.1%, 전년보다 0.8%포인트 높아졌다.

예정처는 국고채 이자비용에서 총지출에 해당하지 않는 ‘외국환평형기금의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이자 상환’ 금액은 제외하고 산출했다. 이 같은 내부거래까지 포함하면 이자비용은 작년 들어 20조원대에 진입했다. 임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고채·외평채·주택채 등 국가채무 이자비용은 지난해 24조7000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