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일성 30주기 추모 속 ‘대 이은 충성’ 독려

자제하던 ‘태양’ 표현 다시 등장
“김정은 따르는 게 金 소원 실현”

‘김일성 우상화’를 자제해 온 북한이 김일성 사망 30주기(7월8일)를 맞아 다시 ‘태양’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 추모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7일 현재 북한 대외선전매체 ‘내나라’, ‘조선관광’ 홈페이지에는 각각 김일성 사망 추모 페이지가 추가됐다. 내나라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혁명사상과 불멸의 업적은 만대에 빛날 것이다’라는 제목으로 관련 글과 사진, 음악을 한 번에 접할 수 있도록 콘텐츠가 정리돼 있다.



조선관광 알림창에는 금수산 태양궁전을 배경으로 ‘영원한 주체의 태양’이라는 문구와 함께 ‘1994년부터 2024년’이라는 연도가 적혀있다. 1994년 사망해 올해 30주기를 맞은 추모 문구로 보인다.

북한은 김일성 30주기가 가까워지자 추모 기사를 늘리고, 각종 연구토론회와 추모 행사 등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 기일이 정주년인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나 지난 4월 생일 때는 북한 당국이 ‘태양절’ 명칭 사용을 자제하라는 내부 지시를 내리는 등 의미를 축소해온 경향을 보인 것과는 결이 다른 움직임이다.

당시 북한 매체들이 태양절이란 말 대신 ‘4·15’ 또는 ‘4월의 명절’로 보도하자 일각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대를 지우고 자신을 우상화하려 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 바 있다.

이번에 김일성을 ‘영원한 주체의 태양’이라고 찬양한 선전을 공개한 것은 선대 업적을 축소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의도를 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초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2개 국가로 선언하며 민족, 통일 등 문구를 삭제하면서 의도와는 달리 선대 업적 지우기처럼 보이게 됐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은 선대 업적을 선전하고 세습 정통성을 확보하려고 해 왔는데 ‘적대 국가’ 선언 이후 민족이나 통일, 화해, 협력 등의 용어를 삭제하다 보니 조부에 대한 우상화가 딴 방향으로 가거나 줄어들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게 됐다”며 “북한의 헌법 개정이 늦어지는 것도 이런 부분을 설명할 논리, 대안을 내놔야 하기 때문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양절’을 쓰고 안 쓰고에 우리가 일희일비할 만큼 의미 있는 변화는 아니라고 본다”며 “최소 2∼3년 단위로 분석할 필요가 있으며, 선대 지우기가 내부 저항을 받아 되돌렸다는 것도 김 위원장의 현재 당 장악력으로 볼 때 설득력은 없다”고 했다.

북한은 김일성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과 함께 김정은에 대한 대를 이은 충성 독려에도 열을 올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2면에 김일성 관련 기사를 실으며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김정은)의 뜻을 한 몸 바쳐 따르는 길, 바로 이 길에 수령님의 평생소원을 가장 완벽하게, 가장 훌륭하게 실현하는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