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에 더 많은 비 쏟아진다… ‘호우 긴급재난문자’ 의미는

기상청이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될 수준의 집중호우가 갈수록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SSP)에 따르면 한국 평균 강수 강도는 지금보다 16∼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새벽 경북 안동시 옥동과 영양군 영양읍 일대 읍면동에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기는 처음이다.

 

대전 서구 평촌동 공사현장이 침수돼 굴착기로 물을 퍼내고 있다. 뉴스1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많은 비가 쏟아졌으니 신속히 대피하거나 대응하라’는 취지의 경고 문자다. ‘1시간 강수량이 50㎜ 이상’이면서 ‘3시간 강수량이 90㎜ 이상’이면 기상청이 직접 보낸다. 1시간 강수량이 72㎜ 이상일 때도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될 수 있는데, 1시간에 50㎜가 훨씬 넘는 비가 쏟아졌는데도 3시간 강수량이 90㎜에 못 미친다고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으면 ‘폭우 후 대피와 대응 시간 확보’라는 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1시간에 72㎜ 비가 내리면 3시간 강수량이 81㎜ 이상일 가능성이 95%를 웃돈다. 안동시 옥동은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된 오전 3시30분쯤을 기준으로 1시간 강수량이 52.5㎜, 3시간 강수량이 103.0㎜에 달했다. 영양군 영양읍은 재난문자가 발송된 오전 3시53분쯤 1시간 강수량이 52.0㎜, 3시간 강수량이 108.5㎜였다.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2022년 8월 중부지방 집중호우와 이에 따른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침수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해 올해 정식 운영됐고, 전남과 경북에서도 시범 운영하는 것으로 확대됐다. 호우특보의 경우 앞으로 많은 비가 올 것이라고 경고하는 차원이다.

 

대전 서구 도심이 아침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가운데, 차량이 전조등을 켠 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중호우를 부르는 ‘남북으로 폭은 좁고 동서로 긴’ 비구름대가 자리한 가운데 대기 하층에서 수증기를 많이 머금은 빠른 남서풍이 불어 들어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될 정도로 호우가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 하층의 빠른 바람인 하층제트는 이번처럼 ‘야행성 폭우’를 부른다. 낮에는 지상의 공기가 데워지면서 상승해 하층제트 앞길을 방해하지만, 밤엔 지상의 공기가 식어 가라앉으면서 하층제트에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더 많은 비가 더 짧은 시간에 쏟아지는 집중호우가 갈수록 빈번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2041∼2060년 우리나라 연 강수량은 현재보다 6~7% 늘지만, 비가 내리는 날은 8∼1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많은 비가 더 짧은 시간에 쏟아진다는 것으로, 기상청은 평균 강수 강도가 지금보다 16∼2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애초 기상청은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될 정도의 호우를 ‘극한호우’로 지칭했었다. 하지만 ‘많은 비’를 부르는 말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온 데다가, 극한호우에 해당하지 않는 비는 위험하지 않다고 오해할 여지가 있어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 대신 호우 긴급재난문자로 표현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