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현장을 떠난 모든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사직자는 1년 이내 동일 연차·과목에 복귀할 수 없는 규정을 완화해 사직 후 올해 9월 수련에 재응시하는 전공의는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수련병원에는 “15일까지 전공의 사직 처리·결원을 확정해 달라”고 했다. 조규홍 복지부장관은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전문의가 제때 배출될 수 있도록 수련체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판단하에 고심 끝에 내린 정부의 결단”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마지막 출구전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다섯 달 가까이 이어지는 전공의 이탈 사태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행정처분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환자를 볼모로 한 불법집단 행동에도 의사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의사불패’가 이번에도 반복되도록 정부가 허용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현장을 지킨 전공의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다음 정부 때 또 집단행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언제까지 이런 상태로 끌고 갈 수 없고, 의료공백 사태를 서둘러 해소하려는 고육책이라 정부의 입장 변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정부의 거듭된 양보에도 전공의들이 달라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이달 4일 현재 전체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1만3756명 가운데 1104명(출근율 8.0%)만 근무 중이다. 정부가 병원을 상대로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철회를 내리기 하루 전인 지난 달 3일과 비교하면 근무 중인 전공의는 고작 91명 늘었다. 전공의들은 행정처분 철회는 환영했다. 하지만 ‘의대 증원 재검토’를 고집하는 강경파들이 적지 않아 얼마나 복귀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오늘부터 의대들이 재외국민 전형 원서를 접수하는데 실현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거리 시위에 나설 지경이 된 만큼 의·정 갈등은 이제 끝내는 것이 옳다. 조 장관은 “전공의들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한다면 2026학년도 이후의 의료인력 추계 방안에 대해서는 더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들이 진정 미래 의료를 걱정한다면 대화·복귀의 마지막 기회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정부도 전공의 복귀에만 사활을 걸 것이 아니라 대형병원의 전공의 의존율을 대폭 낮추는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