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국면에서 불거진 ‘김건희 여사 문자’ 파문으로 여권 전체가 진흙탕 싸움에 휘말렸다. 어제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차기 지도부 경선 첫 합동연설회에서도 당권 주자 간 감정 섞인 난타전이 벌어졌다. 친윤(친윤석열)계 지원을 받는 원희룡 후보는 “팀의 화합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당 대표를 맡기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한 후보를 겨냥했다. 이에 한 후보는 “당 위기 극복과 무관한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내부총질을 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당 쇄신 방안이나 비전 제시는 팽개친 채 전당대회가 내분의 장으로 전락했으니 개탄할 노릇이다.
친윤·친한(친한동훈) 간 계파 갈등도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친한계 인사들은 “한동훈이 당 대표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발로가 문자 공개로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윤계는 한 후보 측에서 ‘대통령실 당무개입’을 주장하는 게 “당을 분열시키고 대통령을 흔드는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등 지도부가 어제 후보들의 자중을 촉구할 정도로 당내 파열음은 위험 수위에 육박했다. 윤석열정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이 유치하고 편협한 싸움을 멈춰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먼저 규명되어야 할 대목은 6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김 여사와 한 후보 사이의 개인적인 문자 메시지가 유출된 경위와 배경이다. 문자 논란으로 공격을 받게 된 한 후보가 이를 공개했을 리 없으니, 최초 출처는 김 여사 측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 윤 대통령이 친윤 의원들을 만날 때 한 후보가 김 여사의 문자를 무시했다는 이야기를 해왔다는 친한계 주장도 나왔다. 여러 정황상 김 여사가 직접 소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김 여사가 자신의 사과 문제를 직접 여당 비대위원장과 상의한 것부터가 적절치 않았다. 당시 여당에서 공식적으로 사과 필요성을 제기한 만큼 김 여사가 사과할 의사가 있었다면 대통령실 비서실 정무팀과 협의하는 게 상식적이다. 이번 파문과 관련해 용산 대통령실은 그제 “경선 불개입” 원칙을 내세웠지만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이미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논란은 한두 번이 아니다. 정권 초기 이준석 전 대표를 쳐냈고, 지난해 3·8 전대에서 김기현 대표 만들기를 위해 친윤계가 나경원·안철수 후보를 밀어냈다. 자해극에 가까운 지금의 분열상을 서둘러 끝내지 않으면 여권 전체의 위기는 갈수록 증폭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