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방침을 철회하면서 5개월 가까이 삐걱대던 의료 체계가 정상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조치는 전공의 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지만, 전공의들은 여전히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실제 얼마나 많은 전공의가 복귀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의료계 집단행동에 또다시 면죄부가 주어지면서 법과 원칙을 강조한 정부도 비난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법·원칙” 강조 정부, 또 물러서
정부는 이번 사태 초기부터 ‘기계적인 법 집행’을 강조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강경 대응하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고,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지금까지 1조원에 가까운 재정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이 복귀할 조짐이 없자 또다시 한발 물러서면서,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그런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현장 의료진 부담과 중증 질환 등 환자분들의 불편·고통이 커지는 상황에서 계속적으로 이를(이러한 입장을) 갖고 가는 것은 너무나 부담이 커, 불가피하게 저희가 그런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달라질 것 없다” 반발 여전
정부는 이번 조치로 전공의들의 사직·복귀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각 수련병원은 이를 통해 9월1일부터 수련 과정에 들어가는 하반기 전공의를 22일부터 모집할 계획이다.
수련병원들은 통상 3월1일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전공의 중 개인 사정으로 중도 포기하거나, 상반기 미달한 진료과목의 전공의를 하반기에 모집했기에 9월 모집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 모집인원은 인턴 114명, 레지던트 614명 등 728명이었다.
올해는 전공의 90% 이상이 이탈한 상황이라서 모집 규모가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아직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평년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사직한 전공의에 대한 동일연차·과목에 대한 금지 규정을 일시적으로 폐지하는 특례 규정까지 제시했다. 사직서가 수리된 전공의들은 다른 병원으로 지원도 가능한데, 지방 전공의들이 ‘빅5’ 병원 등 수도권 병원에 지원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한 의대 교수는 “지방에서 수련하던 전공의 중에서는 실제 이 기회에 서울로 가려는 인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는 지방 병원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지방 전공의들이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전공의들이 실제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의사 커뮤니티 등에는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여전히 냉소적인 반응이 많다. 한 전공의는 “뭐가 달라진다는 건지 모르겠다. 계속 버티겠다”고 썼고, 또 다른 전공의는 “모르겠고, 일단 2월 사직서부터 처리하라”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이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려면 사직서가 먼저 수리돼야 한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사직 시점은 사직서를 제출한 2월”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각종 명령을 철회한 6월4일이라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사직 시점에 대한 질문에 “병원과 전공의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는 정부가 일일이 알 수 없는 복잡한 법률관계가 있다”며 “그것은 당사자들 간의 협의에 의해서 결정될 사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