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중수색 오인케 한 대대장 지시가 사망 직접 원인” [채상병 사건 수사 결과]

6명 송치·3명 불송치 결정

사고 전날 채상병 소속 11포병대대장
“허리아래까지 들어간다, 승인받았다”

경찰 “임 전 사단장 작전통제권 없어
가슴장화 언급도 수중수색 지시 아냐”
업무상 과실치사·직권남용죄 ‘무혐의’

해병대 채수근 상병의 순직 사망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돼 온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에 대해 경찰이 8일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은 임 전 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에 ‘형법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봐서다.

경찰은 8일 해병대 1사단 7여단장 등 현장지휘관과 간부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송치하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하급 간부 2명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한다는 내용의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19일 경북 예천군 호명면에서 119구조대원들이 수색작업 도중 실종된 채 상병을 수색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경북경찰청이 이날 채 상병 사망 사건 피의자 9명 중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피의자는 제11포병 대대장 등 6명이다. 경찰은 특히 제11포병 대대장의 ‘사실상 수중수색으로 오인케 하는 지시’가 직접적 사고 원인이라고 봤다. 경북 예천 지역 수해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된 채 상병이 숨지기 하루 전인 지난해 7월18일 11포병대대장은 “내일 우리 포병은 허리 아래까지 들어간다. 다 승인받았다”며 사실상 수중수색으로 오인하게 하는 지시를 임의로 내려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은 작전지휘를 받아 현장에 투입된 해병대의 총책임자인 7여단장은 수색 구역과 역할, 방법 등을 정하는 소방 측과의 세 차례 회의 때 포병여단 지휘관 등을 참석시키거나, 그러지 못했다면 회의 결과를 좀 더 상세히 설명하고 지시해야 했는데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7포병 대대장과 7포대대 본부 중대장, 본부중대 소속 수색조장, 포병여단 군수과장 4명은 제11포병 대대장이 변경 지시한 수색 지침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위험 방지를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었다.

 

경찰은 피의자로 지목된 임 전 사단장에 대한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당시 합참이 육군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을 전환했기 때문에 ‘작전통제권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이 수사한 임 전 사단장에 대한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직권남용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공동정범’ 성립 여부다. 먼저 경찰은 작전통제권이 없는 상태에 임 전 사단장이 단편명령을 내리고 작전 관련 지시를 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육군의 작전통제권 행사를 방해한 위법·부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직권남용죄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비가 계속 내리는 상황에서 우중수색을 계속 지시했다는 의혹도 혐의가 없다고 봤다. 소방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육군 사단장에게 보고한 후 승인을 받아 예정된 시간까지 수색했다는 점에서다. 또한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의 작전수행에 대해 지적·질책한 점은 군대의 기강에 관한 사항으로 가능하다고 봤다.

 

“수변으로 내려가서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라”는 임 전 사단장의 지시는 수색 지침인 군사교범상 의심지역 집중수색 방법인 ‘바둑판식’으로 꼼꼼하고 면밀히 수색할 것을 강조한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또한 경찰은 가슴 장화 착용 지시가 채 상병 사망의 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과 관련해서 “임 전 사단장이 화상회의에서 (가슴 장화) 지원을 지시한 바 있으나 앞서 상급 부대에서 당시 수해복구에 동원된 군부대에 가슴 장화 지원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지도 당시 7여단장이 “대원들 옷이 오염되니 가슴 장화를 착용하면 효과적일 것 같다”며 건의한 바 있고, 태풍 힌남노 피해 복구에 투입된 해병대원의 가슴 장화 착용이 있었던 사실 등도 고려할 때 이를 수중수색 지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이 구명조끼를 포함한 ‘안전 장비’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도 혐의가 없다고 했다. 제반 사정을 갖추지 않은 혐의는 임 전 사단장이 아닌 7여단장에게 적용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인 말단 간부 2명에 대해서도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제7포병대대 정보과장과 통신부소대장으로 이들에겐 안전 통제 임무가 주어지지 않았고, 병사들과 같이 수색대원으로 수색 활동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진상과 책임자가 신속히 밝혀질 수 있도록 이후 형사사법 절차에 적극 협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대령) 변호인단은 “특검이 왜 필요한지를 잘 보여 줬다”며 “다시 한 번 순직 해병의 명복을 빌며, 조속히 특검이 발족해 해병 사망이 누구의 책임이고 누가 왜 해병대 수사에 개입했는지 낱낱이 규명되기를 기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령 변호인단은 “1사단장을 송치하지 않은 건 윤석열 대통령이 이첩 기록 탈취를 직접 진두지휘한 뒤 국방장관 등이 지속적으로 ‘해병대 수사단이 과도하게 처벌 범위를 확대했다’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지만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