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9일 검찰에 처음으로 소환되면서 카카오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김 창업자 소환을 시작으로 SM엔터테인먼트[041510] 주가 조작 의혹 외에 바람픽처스 인수 관련 시세조종 의혹, 카카오T 블루 콜 몰아주기 의혹, 가상화폐 횡령·배임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해외 사업 등 카카오의 경영 활동과 쇄신 작업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의 'SM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김 위원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김 위원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검찰이 김 위원장 소환을 계기로 다른 사건들에 대한 조사까지 본격화하면 카카오의 경영은 한동안 '시계 제로' 상태가 될 수 있다.
우선 지난달 신설한 인공지능(AI) 전담 조직 '카나나'를 통한 생성형 AI 등 신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애초 카카오는 작년 상반기 중에 자체 초거대 AI 모델인 '코GPT 2.0'을 공개하기로 했으나 회사 존립을 흔드는 일이 연달아 터지면서 발표 시점이 계속 늦춰졌고 결국 대외 공개는 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카카오가 작년 말 준법·윤리 경영 감시를 위한 외부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 설치와 지난 2월 그룹 컨트롤 타워인 CA협의체 개편 등을 통해 진행 중인 쇄신 작업도 올스톱될 가능성이 있다.
또, 주요 경영진에 대한 수사와 이에 따른 출국금지 등 영향으로 해외 사업도 장기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 12월 카카오의 핀테크 계열사 카카오페이[377300]는 사법리스크 여파로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 경영권 인수가 무산됐으며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럽 최대 택시 호출 플랫폼 '프리나우'(FreeNow) 인수도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최악의 경우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323410] 1대 주주 지위를 내려놔야 할 수도 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의 사회적 신용 요건은 대주주가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검찰 수사가 조기에 마무리될 경우 카카오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걷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장은 "카카오가 쇄신도, 대외 리스크 해소도 못한 채 중간에 멈춰버린 상태로, 창립 이래 최대 위기 상황"이라며 "심각한 대주주 리스크가 여러 건이어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위 학장은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 등 국내 플랫폼 업계가 전반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이어서 기소든 불기소든 빨리 수사를 마무리해 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