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탈퇴 종용’ 혐의 허영인 SPC 회장 “증거인멸 가능성 없다” 보석 호소

허영인 SPC그룹 회장 측, 재판에서 “특정 진술 유도할 거라는 우려 타당치 않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탈퇴를 종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영인 SPC그룹 회장 측이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없다며 9일 담당 재판부에 보석을 요청했다.

 

허 회장의 변호인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조승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심리에서 “허 회장이 석방되면 그룹 회장으로서 지위를 이용해 공범들에게 특정 진술을 유도할 것이라는 우려는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관련자 진술을 유도하거나 번복을 시도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에서 줄곧 ‘회장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황재복 SPC 대표이사 회유 가능성에는 “황재복이 재판장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거두고 허영인을 위한 행동을 하겠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유도를 종용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거가 분명하고 도망의 우려가 없다”며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이와 함께 허 회장이 현재 75세의 고령으로 건강 문제 등에 따른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점도 언급했다.

 

허 회장의 증거 인멸 정황이 발견된다며 보석 불허를 내세운 검찰은 “공동 피고인들이 범행 진술을 번복하거나 부인하고 있다”며, “보석이 허가되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증언할 수 있는 사건 관계인이 몇 명이나 될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허 회장은 2019년 7월~2022년 8월 SPC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가 민주노총 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에게 승진 불이익을 주는 등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사측에 친화적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식품노련 피비파트너즈 노조의 조합원 확보를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먼저 구속기소한 황 대표이사 등 임원진 조사 과정에서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가 시위를 벌이자 허 회장이 해당 노조 와해를 지시했고 이후 진행 상황도 보고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은 지난 4월 검찰의 허 회장 구속영장 청구 직후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허영인 회장은 조사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었다. 그룹은 “병원에 입원 중인 고령의 환자에 대해 무리하게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피의자에게 충분한 진술의 기회와 방어권도 보장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큼 허영인 회장의 혐의가 명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도 했다.

 

증여세를 회피하려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이 올해 2월 1심에서 무죄 선고받았던 것을 언급하듯 그룹은 “허영인 회장은 얼마 전에도 검찰의 부당한 기소로 법원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