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요” 이유 중 하나는 ‘성(姓)’ 유지?

일본 여성, 결혼하면 남편 성(姓) 따르는 게 일반적
게티이미지뱅크

 

한류에 푹 빠진 30대 여성 A씨는 “한국 남성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다.

 

드라마 속 잘생긴 한국 남성 배우들처럼 한국 남성이 미남이거나 자상하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한국 어학원에서 유학하던 시절 한국이 일본보다 살기 편하다고 느꼈고, 특히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성·姓)을 바꾸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꼭 한국인과 결혼하지 않더라도 A씨처럼 결혼 후 “남편 성을 따르지 안겠다”는 분위기가 최근 일본 내에 확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9일 NHK는 지난 5일부터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12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선택적 부부별성제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9%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반대는 24%였다.

 

현재 일본은 ‘혼인한 부부는 동성(同姓)이어야 한다’고 규정한 민법 750조에 따라 부부는 서로 다른 성을 사용할 수 없다.

 

즉 결혼 후엔 남편이나 아내의 성으로 통일해 써야 하는데, 통상 여성이 남성의 성을 따르는 게 일반적이다. 예컨대 일본인 여성 A씨가 일본에서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도 성을 바꾼다. 또 일부는 한국에서 살며 한국식 이름을 만드는데 이때 남편 성을 따르기도 한다.

 

이 민법에 따라 지금도 일본에선 부부의 90% 이상이 아내가 남편의 성을 따른다.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2022년 혼인한 부부 50만4930명 가운데 남편의 성을 따른 아내는 94.7%(47만8199명)였다.

 

일본에서 부부동성제가 시작된 것은 메이지(明治) 정부가 근대화를 강하게 추진하던 1898년이다. 서구 사회를 모방해 민법에 도입됐다. 부부 별성 사용을 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세계에서 일본이 유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일본에서도 선택적으로 부부 별성을 인정하는 민법 개정안이 마련되기도 했지만, 보수 진영 반대로 입법화까진 이르지 못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2015년에 이어 2021년 부부동성 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부부동성 제도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노인 세대는 과거의 익숙함 내지는 전통에, 젊은 세대는 ‘나’라는 개인주의를 보다 중점으로 두고 있다.

 

특히 여성들이 그렇다. 순종적 이미지인 일본 여성들이지만 남이 아닌 나 그리고 하나의 인격체로 가정은 물론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크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은 정부에 선택적 부부별성제도 도입을 공식 제언하며 “성을 바꾸면서 겪는 일상생활과 직업생활상의 불편·불이익이라는 부담이 여성에게 치우쳐 있다”며 “정부가 한시라도 빨리 관련 개정법안을 제출해 국회에서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