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尹정부, 국제사회 새 질서 대응 가능할까

지구촌 ‘슈퍼 선거의 해’ 관심
유럽 주요국서 극우 몸집 키워
美도 트럼프 귀환 가능성 고조
韓, 급변 정세 외교력 강화 시급

올해는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선거가 미국을 비롯해 한국, 유럽, 인도 등 전 세계 70여개국에서 치러지는 ‘슈퍼 선거의 해’다. 거기에 프랑스와 영국 등 주요국에서도 조기 총선을 치러 판이 더 커졌다.

선거를 치른 상당수 국가의 집권세력이 선거에 패해 정권을 잃거나, 권력은 유지하지만 야권 우위로 정치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민심과 이반된 정책을 편 집권세력을 견제하거나 심판하는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귀전 국제부장

남미에서만 현직 정상과 소속 정당이 20차례나 선거에서 패했다. 아시아에선 지난 1월 대만 총통(대통령 격) 선거에서 집권여당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총통 선거와 같이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 민진당은 전체 113석 중 51석을 얻는 데 그쳐 여소야대 정국이 됐다.



인도에서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여권 정치연합이 지난달 총선에서 가까스로 과반을 확보했지만 몸집을 키운 야권의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한국 총선에선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참패했다.

AP통신은 최근 ‘선거의 해에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의 유권자들이 깊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기사에서 “민주주의 국가의 유권자들은 한 가지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현 정부와 지도자들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문제는 선거로 각국의 집권당이 타격을 받는 것보다 누가 부상하고 있느냐다.

유럽에서는 집권당 패배 외에도 비주류로 외면받던 극우세력이 자국 중심주의를 내세우며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남미나 아시아에서 민족주의 등을 강조하는 극우 정파 등이 등장해왔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국제사회 중심인 유럽 주요 국가에서 극우 정치세력이 몸집을 키우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2022년부터 집권하고 있는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유럽 극우의 대표 주자다. 네덜란드에서는 지난 2일 극우 주도의 새 연립정부가 출범했다.

프랑스 총선에서 좌파 연합과 범여권에 밀렸지만 국민연합(RN)은 극우세력의 힘을 보여줬다. RN의 실질적 지도자 마린 르펜의 “우리 승리는 늦춰졌을 뿐”이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영국 총선에서도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이 노동당과 보수당에 이어 3위를 차지해 원내 정당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무엇보다 유럽에서 극우 정치 집단의 존재감이 커진 곳은 유럽 의회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주도로 결성된 반(反)유럽연합(EU) 성향의 우익 정치그룹(교섭단체) ‘유럽을 위한 애국자’에 RN 등이 합류하면서 정당 규모가 중도 우파 유럽국민당, 중도 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에 이어 3위다. 이들은 이주민 유입과 징벌적인 환경 보호주의 등을 거부키로 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유럽 중심주의에 대해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EU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고, 이는 유럽 각국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더 큰 우려는 ‘트럼프의 귀환’이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미국 중심주의를 강조하며 한국 등 동맹국 압박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미국과 유럽 간 연대 대신 극우와 트럼프로 대변되는 자국 중심주의 외교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우리 외교에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다. 그럴 경우 우리가 우려하는 북·중·러 결속이 강화되고, 이들의 운신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다.

과연 윤석열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을까. 엑스포 개최지 결정 투표에서 사우디에 119대 29라는 말도 안 되는 수치로 패하고, 북·러 간 군사 개입 등이 포함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에 손을 놓고 있는 등 그동안 대외적으로 보여온 외교 능력을 고려하면 걱정이 앞선다.

국제 환경이 변하고 있는 가운데 영원한 동지와 적이 없는 국가 간 관계에 우리만 ‘가치 외교’를 주창하며 떠나가는 동맹만 바라보는 형국이 되지 않을까 싶다. 최소한 어디서든 물건을 팔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영업사원’의 기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