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셋값 59주 상승, ‘집값 자극’ 임대차 2법 폐지 서둘러야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8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앞에 전세와 월세 거래 가격표가 붙어 있다. 부동산R114가 전월세거래신고제가 시행된 2021년 2분기 이후 서울 아파트 전월세계약을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전세계약 비중이 1분기(58.6%)보다 증가한 61.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4.07.08. ks@newsis.com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7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2% 올랐다. 작년 5월 이후 59주째 상승세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도 0.2% 뛰었다. 2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자 15주째 상승세다. 전셋값의 장기 상승세가 집값으로 옮겨붙은 게 아닌지 걱정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어제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이 수도권 중심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셋값 상승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임대차 2법(계약갱신 청구권 및 전·월세 상한제) 영향이 크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7월31일로 임대차 2법이 시행 4년 차를 맞이한다”며 “임대인이 이제 들어가거나 신규 계약하는 형태로 해서 이 시기가 되면 전셋값이 급등한다”고 했다. 이 법에 따르면 임차인은 2년 계약만료 후 계약갱신권을 보장받고 갱신 계약 때 5% 이내 인상한 가격이 적용된다. 7월 이후 4년(2+2년) 만료 계약이 도래하는데 그동안 전셋값을 올리지 못한 임대인이 한꺼번에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성 실장은 “(임대차 2법이) 부동산시장을 교란하고 전세사기 등에도 영향을 미쳐 주거안정을 해친다”며 “즉시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연말까지 4년 만기가 도래하는 전세물량은 6만4309가구에 달하는데 전셋값 급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전셋값은 집값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아지면 실수요자들은 전세 대신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전세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도 기승을 부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이 1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집값 광풍이 거셌던 3년 전보다 1억원 이상 높다.

정부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집값 광풍을 막을 종합대책을 짜야 한다. 정책을 실기하면 호미로 막을 집값을 가래로도 잡지 못한다는 게 과거의 경험이자 교훈 아닌가. 시장을 왜곡해온 임대차 2법은 서둘러 폐지하는 게 옳다. 빌라나 다세대주택으로 임대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전세보증가입요건 완화 등 실효성 있는 유인책을 마련하고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는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빚에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될 일이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로 주택공급을 최대한 늘려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