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간첩단’으로 옥고 치른 유학생…55년 만에 재심서 무죄 확정

박정희 정권 공안조작 사건에 연루돼 억울하게 옥고를 치른 피해자가 55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신근(82)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13일 확정했다.

 

대법원 전경. 뉴시스

김씨는 1966년 영국 유학 중 사회주의를 공부하거나 북한 공작원을 접선하고 지령 서신을 전달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정희 정권 시절 대표적 공안조작 사건 중 하나인 유럽 간첩단 사건에 김씨가 연루된 것이다.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1969년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고 이듬해 판결이 확정됐다.

 

김씨는 2022년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지난 2월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김씨가 중앙정보부에 의해 연행된 뒤 폭행과 물고문, 전기고문을 비롯해 혹독한 강제 수사를 받다 진술했으며 불법으로 구금·연행됐다고 인정했다.

 

검찰은 김씨가 여전히 일부는 유죄라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럽 간첩단 조작 사건은 1960년대 해외 유학 중 동베를린을 방문한 유학생들이 간첩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김씨 외에도 케임브리지 대학에 재임 중이던 박노수 교수와 김규남 당시 민주공화당 의원 등이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사형을 선고받은 박 교수와 김 의원 유족도 재심을 청구해 2013년 서울고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두 사람이) 수사기관에 영장 없이 체포돼 조사받으면서 고문과 협박에 의해 임의성 없는 진술을 했다”고 인정했다. 대법원도 2015년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