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밤부터 10일 새벽 사이 충청권과 전북, 경북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비가 쏟아졌다. 전북 군산에서는 1시간 강수량 기준으로 기상 관측 사상 최다강수량인 131.7㎜를 기록했으며 전국 곳곳에서 이틀이 안 되는 시간에 20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42분부터 2시 42분까지 1시간 동안 전북 군산(내흥동)에 131.7㎜의 비가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군산 연 평균 강수량(1246㎜)의 10%가 넘는 비가 1시간 사이 내린 셈이다.
시간당 강수량으로 131.7㎜는 전국 97개 기후관측지점 기준으로 관측 이래 최다치다. 기상 관측은 1904년 인천부터 시작됐으며 군산은 1968년부터 시작됐다. 기상청은 “2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강수 강도”라고 밝혔다.
군산 어청도엔 9일 오후 11시 51분부터 1시간 동안 146.0㎜가 내렸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관측값이라 ‘공식순위’는 아니지만, 기상청 관측자료로 확인되는 범위 내에서 1시간 강수량으로 역대 최다로 추정된다. 1시간 강수량이 140㎜를 넘긴 적은 1998년 7월31일 전남 순천(주암면)에 145㎜가 내린 것이 유일하게 확인되는 기록이다. AWS 관측값은 관측 환경이 유인(有人)관측소 등에 비해 나쁜 경우가 있고, 관측장비가 설치된 지 기간이 짧아 누적 자료가 적은 탓으로 기상기록 순위나 전국 평균치를 산출할 때 전부 포함하지는 않는다.
군산 외에도 충남, 경북 등 수도권 북부와 강원 북부 정도를 제외한 전국 여러 지역에 폭우가 내렸다. 1시간 강수량이 100㎜를 넘은 지역만 꼽아도 전북 익산(함라면·125.5㎜), 충남 서천(111.5㎜), 부여(106.0㎜) 등 5곳이나 됐다.
지난 8일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누적 강수량을 보면 익산(함라면) 309.0㎜, 충남 서천 287.0㎜, 군산 268.3㎜, 대구 253.8㎜, 경북 영천 245.8㎜, 전북 장수 238.0㎜, 충남 금산 227.2㎜ 등 만 이틀이 안 되는 시간에 200㎜ 넘는 비가 쏟아진 곳이 많다.
오전 8시 기준으로 비구름대는 남해안과 제주 사이까지 남하해 일부 남부지방을 빼고는 소강상태다. 기상청은 이날 밤이면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내릴 비의 양은 제주(11일까지)·대구·경북 남부·경북 북동산지·경북 북부동해안 20~80㎜(대구 많게는 100㎜ 이상), 경북 중남부내륙·경북 남부동해안 최대 100㎜ 이상, 전북 북동부 10~60㎜, 경북 북부내륙·울릉도·독도 10~40㎜, 충청권 5~30㎜, 수도권·강원·전북 5~20㎜이다.
이미 많은 비가 내린 상태에서 비가 추가로 내리면서 피해가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충청권과 전북은 10일 오전까지, 전남 서해안과 제주는 10일 늦은 오후까지 순간풍속이 시속 70㎞(산지는 시속 90㎞)를 넘는 강풍까지 불 것으로 예상돼 바람에 의한 피해도 주의해야 한다.
11일부터는 장맛비는 잠시 멈추고 대신 내륙을 중심으로 소나기가 오겠다. 소나기 구름이 발달하면 좁은 지역에 비가 일시적으로 강하게 쏟아질 수 있다.
비가 내릴 땐 기온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나 멎은 뒤로는 곧바로 기온이 오르면서 무더위도 지속될 전망이다. 오는 12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한낮에 최고체감온도가 31도 안팎까지 오르겠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24~31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낮에 기온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전역과 경기 북부 전역 및 일부 남부(평택, 용인, 이천, 안성, 여주), 강원영서(횡성, 화천, 홍천평지, 춘천)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