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살며] 한국엔 추위 없애주는 주사가 있다고?

몽골은 한국보다 위도가 10도나 높은 나라이다. 몽골의 기후는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로, 여름은 두 달 정도로 매우 짧고 겨울은 길고 춥다. 11월부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이때 시작된 영하 온도는 그다음 해 4월이 되어야 영상으로 바뀐다. 장장 6개월 이상 영하권인 셈이다. 그러나 몽골의 전통적이고 본격적인 겨울 셈법은 12월22일부터이다. 12월22일부터 9일씩 나누어 9일이 9번 지나면 봄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세 번의 9일을 유아기 9일 추위라고 여기고, 두 번째 세 번의 9일은 청년기 추위, 마지막 세 번의 9일을 장년기 추위라고 여긴다. 특히 1월에서 2월은 영하 20도가 보통이며 야간에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간다.

겨울 이야기를 하다 보니 초등학교 1학년 몽골에서 겪은 겨울이 생각난다. 어느 추운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내 여린 두 귀가 얼어붙었다. 집에 와서도 귀가 따끔거리고 귓바퀴는 불타는 듯 뜨겁고 아팠다. 당시 나는 그것이 동상인지도 몰랐고, 부모님도 그것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다. 그냥 그러려니 했다. 이런 일이 빈번해서인지 별다른 응급처치도 없었고 병원에도 가지 않았다. 다만 다시 동상에 걸리지 않기 위해 두꺼운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꾹꾹 싸매고, 긴팔 상의를 두 개 입은 뒤 털 패딩으로 완전 무장하고 다녔다.

노민치멕 나무몽골아동가족심리협회 대표

이렇게 살았던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한국에서 맞은 첫 번째 겨울에 내 눈에 참 신기해 보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겨울에도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여성들은 털 장식만 달린 슬리퍼를 신고 다녔고, 교복을 입은 언니, 오빠들은 교복 위에 목도리 하나만 두르고 다녔다. 나는 ‘저렇게 입어도 춥지 않은가?’, ‘한국 사람들은 우리보다 추위에 더 강한가?’, ‘추위를 덜 느끼게 하는 주사나 약이 따로 있나?’ 등 갖가지 추측을 했다. 그런데 이런 자문을 한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다. 다른 몽골 친구들도, 심지어 몽골 어른들도 그렇게 자문했다. 요즈음도, 내가 한국에 오래 살아서 한국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분 중에는 ‘한국에는 추위를 느끼지 않게 하는 주사가 있다던데 그게 어떤 주사인지 알아요?’라고 질문하는 분들이 있다. 한국 사람들이 들으면 실소할 일이다.

실제로 한국에 온 몽골 사람 중에는 한국 추위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더 추운 몽골에서 덜 추운 한국에 온 사람은 추위를 덜 느껴야 하는데 왜 그럴까? 여러 몽골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습도 차이 때문이었다. 몽골의 겨울 추위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지만 건조하기 때문에 피부에만 영향을 줄 뿐이다. 반면에 한국의 겨울 추위는 상대적으로 높은 습도 때문에 뼛속을 파고드는 추위이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몽골 추위는 날카롭지만, 한국 추위는 묵직하다. 우리 몽골 사람에게는 이 묵직한 추위가 더 무섭게 여겨진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화는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이라고 가르친 장한업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추위라는 환경도 사람에 따라 다른 적응 방식을 요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노민치멕 나무몽골아동가족심리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