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김 여사와 통화… 주변서 사과 말렸다고 해”

장외로 번진 ‘김건희 문자’ 파문

당권 주자들 문자 공개 배후 공방전
비전 경쟁 없는 ‘진흙탕 전대’ 비판도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과정에서 돌출된 한동훈 당대표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묵살 논란’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대에 비전 경쟁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있지만, 당권 주자들이 해당 논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각자의 이익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왼쪽),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뉴시스

나경원 당대표 후보는 10일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의 김 여사 문자 ‘읽씹’(읽고 답하지 않는다는 뜻) 논란으로 당원의 한 후보에 대한 실망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불화설도 사실로 입증된 만큼, 당원과 지지층 표심이 급변할 것”이라고 해당 논란을 또다시 파고들었다.

윤상현 당대표 후보도 페이스북에서 “당시 대통령실과 김 여사는 사과할 의사가 없었다는 한 후보의 단정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한 후보가 지금과 같은 인식과 태도로 당대표를 맡으면 당도, 대통령도, 본인도 어렵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논쟁은 당 바깥으로까지 번졌다. 한 후보와 가까운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김 여사와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대국민 사과 문제를 두고 통화한 사실을 공개했다. 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원희룡, 이철규에 이어 댓글 부대들이 문제의 문자를 흘린 게 한동훈 측이라고 같지도 않은 거짓말을 퍼뜨리고 다니나 보다”라며 “내가 ‘직접 확인했다’고 한 것은 이 사안에 대해 사건 당사자인 김 여사에게 직접 들었다는 얘기”라고 총선 직후 김 여사와 57분간 통화했다고 밝혔다.

진 교수는 “당시 여사는 대국민 사과를 못 한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고 했다. 자신은 사과할 의향이 있었는데, 주변에서 극구 말렸다고 한다”며 김 여사가 ‘결국 나 때문에 총선을 망친 것 같아 모든 사람에게 미안하다. 이제라도 한 후보와 대통령을 화해시키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두 달 사이에 그 동네의 말이 사과를 못 한 게 한동훈 때문이라고 180도로 확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희룡(왼쪽부터), 한동훈, 윤상현,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원 후보 캠프와 한 후보 측은 문자 공개의 배후와 목적을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원 후보 캠프 이준우 대변인은 KBS 라디오에서 “‘총선 때 한 후보와 정부의 갈등이 소문이 아니고 진짜구나. 약속 대련이 없었고 진짜 대련이었구나’라는 걸 당원들이 알게 되니까 (한 후보 측이) 불안한 것”이라며 “상대 후보들이 자신에게 공격을 집중적으로 더 하게 해서 동정론을 만들기 위해 문자 공개의 배후가 (한 후보 측에) 있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박정훈 최고위원 후보는 CBS 라디오에서 언론을 통해 공개된 김 여사의 텔레그램 메시지 5통에 대해 “한 후보가 갖고 있는 문자가 아니다. 그중 일부는 삭제됐다”며 문자 공개의 배후에 대해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될 경우 본인들이 갖고 있는 정치력이나 정치적인 힘이 많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는 세력”이라고 친윤(친윤석열)계를 직격했다.

김 여사 문자 논란에 대한 공방전이 계속되면서 비전 경쟁이 없는 ‘진흙탕 전대’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후보 측은 김 여사 문자 논란으로 집중포화를 맞는 모습이 연출되면 친한(친한동훈) 표심이 결집해 선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비한동훈 주자들은 한 후보 당선 시 당정관계를 우려하는 당원들을 자극하는 용도로 해당 논란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