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과정에서 돌출된 한동훈 당대표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묵살 논란’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대에 비전 경쟁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있지만, 당권 주자들이 해당 논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각자의 이익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나경원 당대표 후보는 10일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의 김 여사 문자 ‘읽씹’(읽고 답하지 않는다는 뜻) 논란으로 당원의 한 후보에 대한 실망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불화설도 사실로 입증된 만큼, 당원과 지지층 표심이 급변할 것”이라고 해당 논란을 또다시 파고들었다.
윤상현 당대표 후보도 페이스북에서 “당시 대통령실과 김 여사는 사과할 의사가 없었다는 한 후보의 단정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한 후보가 지금과 같은 인식과 태도로 당대표를 맡으면 당도, 대통령도, 본인도 어렵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원 후보 캠프와 한 후보 측은 문자 공개의 배후와 목적을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원 후보 캠프 이준우 대변인은 KBS 라디오에서 “‘총선 때 한 후보와 정부의 갈등이 소문이 아니고 진짜구나. 약속 대련이 없었고 진짜 대련이었구나’라는 걸 당원들이 알게 되니까 (한 후보 측이) 불안한 것”이라며 “상대 후보들이 자신에게 공격을 집중적으로 더 하게 해서 동정론을 만들기 위해 문자 공개의 배후가 (한 후보 측에) 있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박정훈 최고위원 후보는 CBS 라디오에서 언론을 통해 공개된 김 여사의 텔레그램 메시지 5통에 대해 “한 후보가 갖고 있는 문자가 아니다. 그중 일부는 삭제됐다”며 문자 공개의 배후에 대해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될 경우 본인들이 갖고 있는 정치력이나 정치적인 힘이 많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는 세력”이라고 친윤(친윤석열)계를 직격했다.
김 여사 문자 논란에 대한 공방전이 계속되면서 비전 경쟁이 없는 ‘진흙탕 전대’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후보 측은 김 여사 문자 논란으로 집중포화를 맞는 모습이 연출되면 친한(친한동훈) 표심이 결집해 선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비한동훈 주자들은 한 후보 당선 시 당정관계를 우려하는 당원들을 자극하는 용도로 해당 논란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