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에 한번 올 비’… 시간당 130㎜ 물폭탄 왜? [뉴스 투데이]

호남·충청·경상 ‘최악 물폭탄’ 왜?

수증기 머금은 제트기류 밤에 활성화
금산 84㎜·추풍령 61㎜·구미 58㎜

장마전선 좁고 긴 지역에 집중돼
경기·전남 등 일부는 폭염 ‘극과 극’
전문가 “기후변화로 빈도 더 잦아”

서울·강원 일부 폭염주의보 발령

밤사이 전북 군산을 비롯한 호남과 충청, 경상 지역에 100∼200년에 한 번 내릴 만한 수준의 비가 내렸다. 특히 군산에서는 시간당 131.7㎜의 비가 하늘에서 그야말로 퍼붓듯이 쏟아졌다. 반면 경기 북부와 전남 해안, 제주에는 밤사이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으며 한반도에서 보기 드문 ‘극과 극’의 날씨를 보였다.

10일 오전 내린 폭우로 전북 군산시 한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 제공

중후반기로 접어든 올여름 장마는 취약시간대인 야간에 내리는 경향이 강한데, 전문가들은 남은 장마 기간에도 ‘야행성 기습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장마전선이 남쪽으로 물러나며 수도권은 장마 영향권에서 벗어나지만 대기 불안정에 따른 소나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시간당 강수량 기준으로 전북 군산(131.7㎜), 충남 금산(84.1㎜), 충북 추풍령(60.8㎜)에서 ‘200년 빈도 비’가 내렸다. 경북 구미에선 시간당 58.3㎜의 비가 내리며 ‘100년 빈도 비’를 기록했다. ‘200년·100년 빈도 비’란 200년·100년에 한 번 내릴 만한 큰 비를 의미한다. 교량·댐을 지을 때 이를 기준으로 삼아 최대가능수위를 계산한다.

 

특히 군산에 쏟아진 131.7㎜ ‘물폭탄’은 1968년부터 이 지역 기후관측지점에서 강수량을 관측한 이래 역대 최고 기록이다. 군산 어청도엔 9일 오후 11시51분부터 1시간 동안 자동기상관측(AWS) 기준으로 146.0㎜가 내렸다. 다만 기상청이 날씨를 공식 집계하는 기후관측지점에서 관측한 게 아니기 때문에 AWS 기록은 공식 기상기록으로는 남지 않고 참고용으로만 쓰인다.

올해 장마는 낮에는 맑다가 밤에 비가 쏟아지는 야행성 폭우가 특징이다. 여름철 비는 뜨겁고 습한 수증기를 머금은 남풍을 실어 오는 ‘하층 제트기류’의 영향을 받는다. 하층 제트기류는 대기 하층에서 수평으로 흐른다. 문제는 올해 폭염이 잦아 낮에 기온이 올라간 탓에 뜨겁게 달궈진 공기가 더 많이 위로 떠오르면서 공기의 흐름이 수직으로 강화됐다는 것이다. 결국 하층 제트기류는 낮의 수직 바람을 피해 기온이 떨어진 밤에 원활해지고 야행성 폭우가 나타난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야행성 폭우는 과거에도 있었던 현상이지만 기후변화로 폭염이 잦아지면서 그 빈도가 더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과 충청, 경상 지역에 비가 쏟아지는 동안 경기 북부와 전남 해안, 제주 등엔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 곳이 많았다. 심지어 제주는 한밤에도 기온이 29.5도로 30도에 육박했다. 남북으로 길이가 최대 500㎞ 정도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극과 극’의 날씨가 나타난 셈이다. 일각에서는 올여름 장마가 띠처럼 좁고 긴 구간에 집중된다는 의미에서 ‘띠 장마’라고 부르는데, 올여름 장마의 또 다른 특징이기도 하다.

 

장마전선이 물러난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북부, 춘천을 비롯한 강원 영서 일부 지역에는 이날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비 피해가 컸던 중부지역은 당분간 장마전선의 영향권에선 벗어나지만 대기 불안정에 따른 소나기가 전망된다. 11일 소나기에 의한 예상 강수량은 △강원내륙·산지 5∼40㎜ △대전·세종·충남내륙·충북 5∼40㎜ △전북내륙 5∼60㎜ △대구·경북 5∼6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