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충청과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시간당 100㎜가 넘는 장대비가 내리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밤새 급작스럽게 불어난 물로 6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10분쯤 충북 영동군 심천면 명천리 범곡저수지 인근 주거용 컨테이너에 사람이 갇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농막으로 사용하던 컨테이너 안에는 70대가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는 저수지 범람으로 접근에 어려움을 겪다가 3시간여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유실된 컨테이너와 침수된 차량을 발견했으나 사람은 발견하지 못했다.
또 충북 옥천군 옥천읍 삼청리에서는 7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폭우로 불어난 하천에 추락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3시간 만에 전복된 차 안에 있던 운전자를 구조했으나 결국 숨졌다. 충남 논산시 내동 한 오피스텔 지하 2층 승강기 안에서 남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아울러 충남 서천군 비인면 한 야산에서는 유실된 토사가 주택을 덮쳐 70대 남성이 숨졌다. 금산군 진산면 지방리 한 야산에서도 폭우로 유실된 토사가 조립식 주택을 덮쳐 집 안에 있던 60대 여성이 숨졌다.
대구 북구 한 농로에서는 60대 후반 남성이 배수용 원형 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광주에서는 70대 남성이 광주천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건너던 중 벗겨진 신발을 주우려다 하천에 빠졌고, 출동한 구조 당국이 그의 시신을 끌어올렸다. 소방당국은 이곳 수위가 높고 물살이 강해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봤다.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서는 밤사이 내린 146.9㎜의 폭우로 장선천이 범람해 일대 마을주민 18명이 고립됐다가 무사히 구조됐다. 장선천이 지나는 인근 엄목마을에서는 제방이 무너졌다. 60대 주민은 “오전 4시반쯤 되니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둔탁한 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가봤더니 제방이 무너져 농막으로 쓰던 컨테이너가 나뒹굴고 있었다”며 “컨테이너에 부딪힌 전봇대 3개가 넘어지면서 합선이 돼 불꽃이 터지는 것을 보고 놀라 옥상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시에는 이날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209.1㎜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산사태 등으로 아파트 주민 48명이 대피했고, 역대 최고치인 시간당 146㎜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군산 어청도에서는 15가구가 침수되고 일대 도로가 성인 무릎까지 잠겼다.
일부 고속열차(KTX)와 일반열차가 운휴·지연되는 등 열차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KTX 70여대와 일반열차 160여대가 운행이 중지되거나 지연됐다. 경부선(대전∼동대구), 호남선(서대전∼익산), 장항선·경북선 전 구간 일반노선 열차가 멈췄다. 경북선은 정밀 안전진단 필요 등으로 완전히 복구하는 데 3일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보험업계는 이번에 차량 1000여대가 침수 피해를 입어 피해액이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와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 가입 정보를 활용해 침수 및 2차 사고 위험 차량이라면 보험사와 관계없이 대피 안내를 제공하는 ‘긴급대피 알림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를 보면 공공시설물 피해는 충북 294건, 충남 150건, 경북 66건 등 560건에 달했다. 충남 공산성과 대조사 불상, 경북 안동 은행나무 등 국가유산 피해도 잇따랐다. 대피 인원은 전국 6개 시·도 42개 시·군·구 4526명으로 증가했다.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인원이 143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