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차의 ‘계속 고용’ 실험, 재계 전반으로 확산해야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8일 계속 고용 확대가 포함된 임단협안에 잠정 합의한 것은 고무적이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4.65% 인상과 2023년 경영성과금 400%+1000만원, 2년 연속 최대 경영실적 달성 기념 별도 격려금 100%+280만원 등이 담겼다. 일각에선 사 측의 과도한 양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생산 차질과 협력업체 및 지역경제 타격 등을 고려할 때 ‘사상 첫 6년 연속 무분규 타결’은 의미가 남다르다.

무엇보다 정년(만 60세) 이후에도 생산직 근로자가 원하면 1년 더 근무하는 ‘숙련재고용제’를 1년 더 늘리기로 한 부분에 눈길이 간다. 단순히 노조의 요구를 넘어 사 측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급여는 생산직 계약 초봉 수준인 연봉 5000만∼6000만원(성과급 제외) 수준으로 알려졌다. 회사 입장에선 인건비를 줄이면서 더 많은 숙련 기술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노사는 이를 위해 오는 9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내년 상반기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의 ‘계속 고용’ 실험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저출생·고령화 여파로 국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9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중위연령은 2030년이면 50세를 넘어선다. 현 추세라면 향후 50년간 인구가 1500만명 감소하고 절반은 65세 이상 노인이다. 국가소멸 위기가 눈앞에 다가왔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 954만명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은퇴하는데 55∼64세 근로자의 임시직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현대차의 계속 고용 실험은 저출산·고령화 파고를 넘을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정년 연장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정년 연장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호봉제) 개편이 선결되지 않을 경우 인건비 부담이 커 기업들이 꺼리고 있다. 세대 갈등과 일자리 감소 등 사회적 혼란을 더 키울 수도 있다. 이에 정부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주도로 올 하반기 ‘계속 고용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에서 노사 갈등을 최소화하고 해법을 도출하는 게 정부·국회의 책임이다. 이런 판국에 삼성전자 노조가 어제부터 성과급 기준 영업이익으로 변경, 파업에 따른 임금 손실 보상 등 무리한 요구를 앞세워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건 볼썽사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