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문에서 먹고사는 문제 강조 ‘기본사회’ 위한 재원 방안은 없어 탄핵·특검보다 민생경제 챙길 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어제 대표직 연임을 위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후보 등록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지난달 24일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16일 만이다. 그제 김두관 전 의원 출마 선언으로 8·18 전당대회가 ‘이재명 추대식’으로 전락하는 상황만은 가까스로 피했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 출범 이후 민주당계 정당에서의 사상 첫 대표 연임을 의심하는 이는 아마 드물 것이다. 단독 과반 의석수로 국회를 장악하고 연임까지 성공한, 강력한 야당 대표 등장은 시간문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전 대표의 출마 선언문은 과학기술 투자, 에너지 전환, 교육 혁신, 노동시간 단축, 외교안보 구상 등을 망라해 대선 출마 선언을 방불케 한다. 무엇보다 먹고사는 문제를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그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먹사니즘’이 바로 유일한 이데올로기”라면서 “성장의 회복과 지속 성장이 곧 민생이자 ‘먹사니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백번 옳은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당을 이념이나 가치보다는 민생을 우선시하는 쪽으로 이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낳을 만하다고 하겠다.
그가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 발달로 “모두가 일할 수 있음을 전제로, 일할 수 없는 예외적 소수를 보호하는 복지제도는 한계가 드러날 것”이라고 한 것도 정확한 진단이다. 그는 이를 근거로 ‘기본 시리즈’를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출생기본소득, 기본주거, 기본금융, 기본의료, 기본교육 등을 점진적으로 시행·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타깝게도 선언문 어디에서도 보편적 복지를 달성하기 위한 재원 확보 방안은 찾아볼 수 없다. 경제와 기업 성장 없이 그가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한 ‘기본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의 대표 연임 출마에 명분이 없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선 패배 후 무리해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비명횡사’ 공천을 통해 당을 확실하게 장악한 그가 사법리스크를 정면돌파하기 위해 연임에 나섰을 뿐이라는 것이다.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한 지 40일이 됐으나 거대 야당은 연일 ‘특검’과 ‘탄핵’만 외치다시피 하고 있다. 정쟁 속에 정작 민생 챙기기는 뒷전이다. 지금이라도 윤석열정부 흔들기에 올인하는 듯한 모습을 버리고 민생·경제 살리기 입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이 전 대표가 강조한 ‘먹사니즘’의 진정성도 국민에게 피부로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