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졸속” 반발… ‘고양 K컬처밸리’ 백지화 후폭풍

경기도, 시행사와 공사지연 갈등
8년 만에 결국 사업 협약 해지
부지 공영개발 가속화 계획 발표
“재검토” 도민 청원 1만명 육박

경기도가 8년 만에 협약을 해제한 K컬처밸리 사업과 관련해 지역 주민과 고양시, 정치권이 반발하며 후폭풍이 일고 있다. 도는 계약이 해지된 부지를 경제자유구역에 편입하는 대안을 내놓았으나 사업 재검토를 요구하는 도민청원이 1만명에 육박하는 등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10일 광교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주공산’이 된 고양시 K컬처밸리 부지에 대해 공영개발 방식으로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백지화된 CJ라이브시티 조감도.

김 부지사는 “한류 열풍의 확산을 위해 추진해온 K컬처밸리 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새로운 비전과 방식, 속도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면서 “이 부지에 K콘텐츠 특화 복합문화단지를 우선 검토하고, 고양시만의 특색을 표현한 마이스 콘텐츠 중심의 경제자유구역 수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J라이브시티 측이 전력 공급 불가를 공사 지연의 주요 이유로 제기한 데 대해 “CJ라이브시티가 제때 한전에 전력 사용을 신청하지 않아 발생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종돈 도 문화체육관광국장도 ‘매몰 비용’과 관련해 “CJ라이브시티의 개발비용이 매몰된 것도 있지만, 사업이 지연되면서 공공과 도민, 시민의 개발이익과 부가가치가 매몰된 것이 더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K컬처밸리는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부지 32만6400㎡에 1조8000억원(2020년 6월 기준)을 투입해 2026년까지 K팝 전문 아레나와 스튜디오, 상업시설, 호텔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공사가 기약 없이 지연되면서 도와 CJ는 지체상금(공사지연배상금) 1000억원 감면과 관련해 충돌했다. 결국 도는 지난달 28일 “합의가 불가능하다”며 2016년 맺은 협약 해제를 시행자인 CJ라이브시티에 통보했다. 지난해 4월 공사가 중단된 이곳의 공정률은 3%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4차례에 걸친 사업계획 변경과 공사 중단, 완공기한 연장으로 지체상금 문제가 불거졌고, 이를 감면할 경우 특혜·배임 문제가 발생한다는 법률자문을 받았다고 했다. 이미 공시지가 1% 대부율로 50년 장기 임대 등의 혜택을 줬는데 사업 기간 종료가 임박한 시점에 시행자 측에서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주장이다.

도는 CJ라이브시티의 매몰 비용이 토지 매매비용 반환 등을 고려할 경우 2000억원가량이라고 추산해, 이와 관련한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도는 이달 1일 김현곤 경제부지사가 CJ라이브시티와의 협약 해제를 공식화하고 K콘텐츠 특화 복합문화단지 공영개발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전날에는 K컬처밸리 관련 태스크포스(TF)가 도와 고양시가 장항동, 대화동, 송산·송포동 등 JDS 지구(26.7㎢)에 추진 중인 경제자유구역에 K컬처밸리 부지를 포함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도가 전방위 대응에 나선 건 여론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는 방증이다. 협약 해제 발표 당일인 1일에는 상세한 소명과 재검토를 요청하는 도민청원이 올라와 이날까지 1만명 가까운 동의를 얻었다. 찬성 인원이 1만명을 넘기면 김동연 지사가 직접 답변해야 한다.

전날 고양지역 국민의힘 당협위원장과 시·도의원들도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와 김 지사가 협약 해제를 졸속 결정한 것에 대해 고양시, CJ와 충분한 논의가 있었는지 공개해야 한다”며 사과와 손실 보상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