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새벽 충청과 전북, 경북 등 중부 지역에 시간당 최고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하루 사이 6명이 숨졌다.
이날 전북 군산, 충남 금산, 충북 추풍령에는 200년에 한 번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례적인 ‘물 폭탄’이 쏟아졌다.
전북 군산에는 이날 새벽 1시간 동안 131.7㎜의 비가 내렸는데, 우리나라에서 1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것은 기상 관측 사상 처음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50분쯤 충남 논산시 내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엘리베이터가 물에 잠겨 50대 남성 1명이 숨졌다. “엘리베이터에서 ‘살려달라’는 사람 소리가 들린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119구조대가 출동했다.
소방 당국은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 빗물이 들어와 지하 2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물에 잠겼다”며 “배수 작업을 했지만 물이 계속 밀려 들어와 엘리베이터를 끌어올렸다”고 했다. 50대 남성이 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하 주차장에 물이 들어온다는 소리를 들은 피해자가 차를 꺼내러 갔다가 엘리베이터에 갇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오전 3시 57분쯤 충남 서천군 비인면에서는 야산의 흙더미가 주택 1채를 덮쳤다. 당시 집에 있던 A(72)씨는 흙더미에 휩쓸려 집에서 40m 떨어진 논에서 발견됐다. 그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서천군에는 이날 새벽 2시 16분부터 1시간 동안 111.5㎜의 비가 쏟아졌다.
오전 10시 30분쯤 충남 금산군 진산면에서는 산사태로 주택 1채가 매몰돼 60대 여성이 숨졌다. 소방 당국은 지난 6일부터 이어진 장맛비로 지반이 물러져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에서는 이날 오전 6시 30분쯤 “밭이 괜찮은지 확인해야겠다”며 집을 나선 60대 남성이 1시간 30분쯤 뒤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피해자가 배수로 물에 휩쓸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오전 5시 4분쯤 충북 옥천군 옥천읍에서는 승용차 1대가 둑길에서 후진하다 하천으로 추락해 70대 운전자가 숨졌다. 소방 당국은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운전 미숙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물살 때문에 구조가 어려웠다”고 했다.
오후 4시 56분쯤에는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천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던 70대 남성이 불어난 물에 빠져 숨졌다.
이날 폭우로 6명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이번 장마로 인한 사망자는 총 7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8일 충북 옥천에서 50대 1명이 흙더미에 깔려 숨졌었다.
실종자 2명에 대한 수색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이날 충북 영동군 심천면에서는 하천 물이 불어나면서 물가에 있던 컨테이너 주택 1채가 떠내려갔다. 소방 당국은 이곳에 살고 있던 70대 남성이 함께 휩쓸려 간 것으로 보고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9일 경북 경산시 진량읍에서 불어난 하천물에 휩쓸린 40대 여성에 대한 수색 작업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이 여성은 택배 기사로 알려졌다.
쏟아진 ‘물 폭탄’에 고립됐다가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주민도 많았다.
이날 새벽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서는 하천이 범람해 마을 주민 18명이 고립됐다. 출동한 119구조대가 보트를 띄워 3시간 만에 주민 전원을 구조했다. 대전 서구 용촌동에서도 제방이 무너져 27가구 주민 36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