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전애인 강간 → 몰카 찍은 30대男, 검찰 “연인 관계는 성립 안돼” 판단했지만

클립아트코리아

 

같이 지내던 헤어진 연인이 잠든 사이 몰래 성관계를 한 30대 남성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합의10부(부장판사 남성민)는 준강간치상 등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A씨(33)의 항소심 재판에서 원심 징역 3년을 유지하며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2021년 2월 오전 3시쯤 잠든 전 애인 B씨(20대)를 성폭행하고 동의 없이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두 사람은 헤어진 상태였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B씨가 ‘신체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합의 하에 A씨의 집에서 잠시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당시 B씨는 몸살 기운에 약을 먹은 상태였으며 다리를 다쳤던 것으로 조사됐다. 잠들었던 그는 A씨가 몰래 사진을 찍는 소리에 깨서 휴대폰을 뺏은 후 증거 동영상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송하며 보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B씨는 A씨를 준강간치상 및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그러나 2022년 8월 검찰은 “부부관계나 연인관계에서는 상대방이 자고 있을 때 성관계를 한다고 해서 곧바로 준강간죄가 성립되지는 않는다”면서 해당 혐의를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불복한 B씨는 법원에 재정 신청을 냈다. 당시 A씨의 성관계 및 촬영 의사를 미리 알았다면 허락했을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재정 신청이란 고소 및 고발에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렸을 때 그 결정에 불복해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직접 법원에 기소하는 절차다.

 

지난해 B씨의 재정신청을 서울고법이 인용하면서 같은해 5월 검찰이 A씨를 기소하며 1심이 열렸다.

 

1심 재판부는 “합의 하에 촬영한 것이라면 피해자가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영상에 이런 모습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며 “당시 상당한 고열을 앓던 B씨가 성관계를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외상 후 후유증 등 장애를 겪어 지속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생활에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과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를 제기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어서 재판부가 다시 한 번 1심 기록을 살펴봤으나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1심과 비교해 양형이 죄책에 상응하고 무겁거나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