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등 부족한 의료 인프라를 보완하고 치매환자의 조기검진을 목적으로 하는 치매안심센터가 오히려 농어촌에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보건복지부 ‘전국치매센터표준데이터’와 중앙치매센터 ‘전국 및 시도별 치매유병현황’을 분석한 결과 농어촌에 있는 치매안심센터일수록 관할 면적이 넓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2017년 ‘치매 국가책임제’를 발표하며 치매안심센터가 전국 256곳에 마련됐다. 자치 시군구 226곳, 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특별자치도 등 총 229곳 관할 보건소가 설치 대상인데, 치매 조기검진 등 치매환자와 가족에 대한 종합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복지부는 지난 4월 농촌지역 치매안심센터의 맞춤형 사례관리 등 치매 예방 및 환자지원 서비스 현황 파악에 초점을 두고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독거·고령·부부치매 등 돌봄 사각지대 치매환자에게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맞춤형 사례관리’ 서비스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1년 복지부 용역 연구 자료를 보면 지역별로 센터당 관할 면적은 강원(935㎢), 경북(761㎢), 전북(577㎢) 순으로 넓었다. 이들 지역의 센터당 관할 면적은 전국 평균(392㎢)의 1.5∼2.4배였다. 면적이 넓은 농어촌 기초자치단체일수록 센터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가령 경북 의성군 안계면사무소에서 관할 치매안심센터인 의성군치매안심센터까지 편도 경로는 33㎞인데, 대중교통으론 1시간, 차로는 30분가량 걸린다. 산지가 많은 강원뿐만 아니라 각지 농어촌에선 센터로부터 이 정도 거리에 있는 마을이 적잖다.
문제는 이들 농어촌이 도심보다 상대적으로 치매유병율이 높다는 점이다. 관할 면적 상위 5곳인 경북 안동시(8.97%), 경주시(8.05%), 상주시(9.81%), 봉화군(9.99%), 의성군(10.34%)의 지난해 60세 이상 치매유병률은 모두 전국 평균 유병률 7.4%를 상회했다. 농어촌의 유병률이 높은 원인으로는 조기진단의 어려움이 꼽히는데, 치매안심센터의 접근성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센터 설립은 노인 인구 수에 비례해 이뤄진 측면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치매안심센터의 역할은 의료 인프라가 밀집한 도심보다 농어촌에 절실하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같은 이유에서 인구 50명 이상 거주 지역 반경 4㎞ 이내 의료기관이 없고 교통수단으로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곳을 의사가 없는 ‘무의촌’으로 정의하고 지원 노력을 기울인다. 인구 비례의 관점으로만 볼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치매안심센터는 농어촌 지역의 접근성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분소 278개를 설치하고 ‘찾아가는 진단검사’ 등 방문형 모델도 도입했다. 그러나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인력 부족으로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2년 보고서 ‘치매안심센터 운영 현황 및 정책 과제’에 따르면 치매안심센터 종사자 고용 충족률은 서울 84.2%, 인천 109.1%, 부산 85.6%에 달했지만 강원은 60.6%, 충북 72.1%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분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분소 유형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거나 일부 사업에 한정해 운영하는 등 편차를 두고 있어 이용자 입장에선 여전히 접근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농어촌의 접근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송영 서비스 제공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역마다 특성에 맞춰서 택시비 지원이나 차량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며 “방문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찾아가는 검진 서비스 역시 제공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