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우리생물] 윤슬초록갈파래

윤슬이란 햇빛이나 달빛이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좋은 뜻과 어감 덕에 윤씨 성을 가진 여자 이름으로 많이 쓰인다. 그런데 이 이름이 붙여진 해조류도 있다. 바로 제주 바다 깊은 곳에 사는 윤슬초록갈파래가 그 주인공이다.

윤슬초록갈파래는 초록갈파래의 일종으로 제주 바다에서 발견하여 2020년 신종으로 보고되었다. 파래는 일반적으로 물이 얕은 곳에서 살고 있어서 썰물 때 쉽게 볼 수 있지만 초록갈파래 종류들은 다른 파래가 갖고 있지 않은 색소를 가지고 있어 빛이 적게 들어오는 깊은 바다에서 주로 살아간다. 이 색소는 사이포나잔틴이라는 보조색소로 다른 파래보다 더 진한 초록색을 띠게 하는데, 이를 통해 초록색 파장의 빛을 쉽게 흡수할 수 있어서 깊은 바다에 살 수 있다.



윤슬초록갈파래가 서식하는 장소는 제주도 서귀포 인근 섬의 수심 8~15의 조하대 암벽이다. 크기는 폭 5~7㎝, 높이 4~5㎝ 정도로 얇은 부채모양으로 자라다가 파도에 의해 세로로 갈라지기도 한다. 깊은 바다에 살면서 작고 얇기까지 한 이 윤슬초록갈파래가 발견될 수 있었던 이유는 표면에 띠고 있는 은은한 빛깔 때문이다. 어두운 바닷속에서 물살에 따라 흔들리는 작은 해조류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데도 빛을 내는 특징 덕분에 연구자들에게 발견된 것이다.

숲의 기초가 풀이라 한다면 바다의 기초는 해조류다. 해조류는 바다 생물들이 잠도 자고 알도 낳는 집을 제공하거나 먹이로도 쓰인다. 인간에게는 톳, 모자반 같은 음식이기도 하다. 또한 탄소를 흡수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해조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특히 제주는 이런 변화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이다. 해조류가 없는 바다는 생물들이 살기 힘든 사막과도 같다. 이렇게 중요한 해조류들이 바닷속에서 건강히 자라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생활 속에서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배은희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