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14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유럽의회 선거에 극우 바람이 불고, 그 여파로 시작된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 정당이 선전하고, 미국 대선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지지율에서 뒤처지면서 사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다.
영국의 정권교체를 ‘진보의 승리’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말기였던 2021년 하반기부터 이듬해까지 1년간 런던에서 지냈다. 당시 한국 동료 기자들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변화된 사회 분위기를 묻곤 했는데 체감되는 것은 크지 않았다. 이미 많은 영국인들은 브렉시트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한국 언론이 영국의 방역 실패를 자주 다루던 때라 당시 보리스 존슨 총리의 실패한 방역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도 있었는데 이 역시 한국적 사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에 적응된 영국인들은 방역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한국처럼 마스크를 의무화한다면 영국인들은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문제는 경제‘였다. 브렉시트나 실패한 방역 정책 자체가 아니라 경제를 위해 한 이런 선택에도 나아지지 않는 경제에 대한 불만은 매순간 느껴졌다. 고학력·고스펙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가까스로 취업을 해도 그들이 받는 급여로는 런던의 집값을 견뎌내지 못한다. 3∼4명이 아파트 하나를 나눠 쓰는 ‘플랏 셰어’가 런던 청년들의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데 나이와 경력이 쌓여도 좀처럼 이 생활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생활 물가는 계속 오르고, 사회서비스의 질은 떨어진다. 영국 무상의료시스템(NHS)은 무상의료제도의 원조 격이지만 오늘날 느리고 제한적인 서비스로 악명이 높다.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지불하고 사설 의료서비스에 의존해야 하지만 저소득층은 감당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