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가 국제 공조를 통한 대북·대러 압박 외교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40여일 만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만나 북·러 군사협력을 비판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정상회담과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 회담 등을 통해 북·러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편 다른 나토 동맹들과는 경제 외교를 확대했다.
◆나토 계기 북·러 압박, 젤렌스키도 만나
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기시다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의 공식 회담만 11번째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 양국이 3년 연속 IP4의 일원으로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전략적 함의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도 “미국 대서양과 인도태평양의 안보는 불가분한 관계”라며 “이번에는 나토와 인도태평양 파트너의 공조를 깊이 하는 장”이라고 거들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내외가 주최하는 백악관 만찬에 김건희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특히 윤 대통령 내외는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에서 진행된 리셉션 시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내외와 2층 발코니에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김 여사는 만찬에 앞서 국립 미국사 박물관에서 진행된 나토 정상회의 참가국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해 약 8개월여 만에 질 바이든 여사와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우크라, 무기지원 전략적 모호성 사라져
한국은 아직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여부를 정하지 않고 있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지원, 그러면서도 누가 보더라도 여태까지의 지원 방침과 원칙 연장선상에서 납득이 갈 수 있는 지원을 계속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이 살상무기 지원까지 배제하지 않겠다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비살상무기지원 원칙을 고수해오던 윤석열정부는 지난달 북·러 군사협정 체결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 문제를 재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무기지원 여부는 “향후 북·러 행동과 연동해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했으니 계속 주시한다”고 답했다.
◆바이시스 도입… 대북정보 수집·활용
윤 대통령은 11일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지원, 북·러 군사협력 강화 대처 방안,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러 간 군사협력을 포함해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도움을 주는 모든 협력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나토와 파트너국들의 방위 역량 강화와 방산 공급망 확충에도 기여를 계속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한·나토 감항인증 의정서 체결을 통한 항공 분야 방산협력 확대, 우크라이나에 사용되는 북한제 무기에 관한 한·나토 정보교류 활성화 등도 논의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은 전장정보수집활용체계(BICES·바이시스)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어떤 북한의 흔적이 있는지, 나토가 궁금해하는 대한민국이 가진 북한과 관련된 역내 안보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우선 나토의 정보보안실이 생산하는 내용을 미국을 통해 우리가 즉각 공유받고, 우리도 필요한 내용을 미국을 통해 나토에 전달하는 그런 체계를 지금 만들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 사무국이 미국·유럽 싱크탱크와 공동 주최하는 나토 퍼블릭 포럼의 인도태평양 부문에 한국 정상 최초 단독 연사로 나서 “공짜로 주어지는 자유와 번영은 결코 없다”며 “강압을 통한 현상 변경 시도를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은 동맹과 우방국들이 압도적인 힘을 갖추고 단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9개국 정상과 양자회담
윤 대통령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 기간 9개국 이상 정상과 연쇄 양자회담을 진행하며 ‘경제 외교’에도 힘을 쏟았다. 윤 대통령은 독일을 시작으로 캐나다, 네덜란드, 스웨덴, 체코, 핀란드, 일본, 노르웨이, 영국 정상 등과 차례로 만났다.
윤 대통령은 특히 4개 국가와 원전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했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워싱턴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체코·네덜란드·스웨덴·핀란드 등 4개국 정상과 신규 원전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